[빅픽처] 왕의 피가 따로 있나…'무파사'가 보여준 리더의 자격

2024-12-19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1994)를 대표하는 명대사는 "리멤버 후 유 아"(Remember who you are : 네가 누구인지 기억해)다. 세상을 떠난 무파사가 환영으로 나타나 아들 심바에게 남긴 말이다.

무파사는 '라이온 킹'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왕이지만, 죽어서도 작품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완벽한 리더로서 카리스마와 포옹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어린 심바의 정신적 지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유의 늠름한 자태는 제임스 얼 존스의 근엄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애니메이션의 한계마저 극복했다. 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라이온 킹'(2019)의 첫 실사 프로젝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떠오르게 하는 사실적인 영상, 그에 대비해 동물들의 표정은 어색하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서사 역시 애니메이션을 '복붙'한 수준이라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을 채워주진 못했다.

그러나 '라이온 킹'은 '말하는 동물원'에 그쳤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16억 달러가 넘는 극장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원작의 힘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무파사: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캐릭터 무파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화는 '성군인 무파사는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 '심복이었던 스카는 왜 변심해 무파사를 절벽으로 내몰았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채운다.

"리더는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지난 18일 개봉한 '무파사:라이온 킹'이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영화는 무파사의 지난한 여정을 보여주며 "리더는 거듭난다"고 답한다.

대홍수로 강에 떠내려가 가족을 잃은 어린 무파사는 타카(스카)의 도움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떠돌이 신세였던 무파사는 타카의 가족들과 살며 성장한다. 타카는 숫사자 무리의 왕인 오바시와 에셰 사이에서 태어난 왕족이다.

오바시는 무파사를 처음부터 탐탁지 않게 여겼다. 급기야 타카와 무파사를 떼어놓기 위해 무파사에게는 암사자 무리에서 생활하라고 명령한다. 무파사는 타카의 엄마인 에셰와 암사자 무리에서 지내며 사냥법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법을 배운다. 반면 오바시는 자신의 아들에게 "왕의 책무를 낮잠을 자다가 가끔씩 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백사자 무리 키로스는 오바시의 마을을 습격하고 타카는 공포에 질려 엄마 에셰를 남겨두고 줄행랑을 친다. 위기의 에셰를 구한 건 두려움에 맞서 싸운 무파사였다. 무파사와 타카는 키로스의 무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무파사는 자신의 고향이자 약속의 땅인 '밀레레'(프라이드 랜드)를 찾는 여정을 떠난다. 이 여정에서 둘은 암사자 사라비도 만나게 된다.

'라이온 킹'이 셰익스피어의 희극 '햄릿'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면 '무파사'는 구약성경 모세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볼 수 있다. 떠돌이 무파사와 왕족인 타카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성장을 다루며 무파사의 지난한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프라이드 랜드의 주술사 라피키가 심바의 어린 딸 키아라에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조로 이야기를 펼쳐내는 '무파사: 라이온 킹'은 서사적으로 참신한 맛은 없다. 또한 21세기에 군주제와 신분제를 기반한 이야기 전개는 뒤쳐지는 서사처럼 여겨지지만 무파사의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진화한 시대상의 반영을 보여준다.

'무파사'는 '라이온 킹'이라는 컨텐츠가 가진 캐릭터의 힘을 활용하고 아프리카 대자연을 통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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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도 진화했다. 주요 사자 캐릭터는 외모는 개성을 확실히 부여하고자 했고, 과거 비판의 대상이었던 동물들의 표정들은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 관객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어린 무파사와 타카의 달리기 대결을 다룬 시퀀스에서 무파사의 살아있는 표정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한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이다.

아쉬운 것은 음악이다.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의 애니메이션 주요 넘버를 그대로 사용한 2019년 '라이온 킹'과 달리 '무파사'는 창작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뮤지컬계의 대모인 린 마누엘 미란다를 음악감독으로 합류시켜 '아이 올웨이즈 원티드 어 브라더'(I always wanted a brother)를 필두로 한 다채로운 창작 넘버를 선보였다.

그러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와 같이 귀에 꽂히는 노래가 없다는 것은 영화를 심심하게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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