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프레임 연연하지 않아…몇몇 국가와만 외교해선 살 수 없다”
“소인수회담서 이시바 총리로부터 미국와 협상 얘기 자세하게 들어”
“지지율에 연연 안해…국력 신장 ·국민 삶 개선으로 최종 평가 받을 것”
[워싱턴·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자신에 대해 ‘친중’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에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있나”라며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국익에 도움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과 기내 간담회를 열고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다.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 체제에 있으므로 가치와 질서, 시스템을 함께하는 쪽과 연합하고 협력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다. 그래서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도 당연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것이냐. 절연하고 살 수 있나. 저한테 친중 이미지를 씌우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의 문제라고 본다”면서 “외교·안보 문제에선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느 국가와 관계가 좋기 위해서 어느 국가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절연해서 적대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는 없는 거다. 근간은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중요한 국가와 관계를 단절하거나 적대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의) 기준은 그야 말로 국익이고, 판단의 기준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국민의 삶의 조건이 되겠다”며 “(나에 대해 설정하는 프레임이) 친중, 친북, 친러에서 나아가 친공산주의도 나올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특정 몇몇 국가와만 외교해선 살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가진 한일 정상회담 때 특히 소인수회담이 예정보다 많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사실 거의 대부분 미국과 협상 얘기를 하느라 지연됐다. (이시바 총리는) 아주 많은 자세한 얘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질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국민의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나온 답이다.

또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정상회담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일본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하기보다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철학적인 인식에서 접근해 논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하면 양국의 현재 당면 문제와 미래 과제까지 주도할 수 있을지 다소 철학적인 인식에서 기적으로 접근하는 논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이시바 총리가 한국 역사에 관심과 존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키워야 한다. 지금은 비록 적게 시작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배려가 깊어지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훨씬 더 전향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쪽도(이시바 총리) 동의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고,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에 있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이슈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냥 인기를 끌려고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만들면 잘 될 리가 없다”는 말로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조건이 더 개선되어야 진짜 (나라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 저는 그게 국민 지지율로 최종 평가될 거라 생각한다”면서 “상대가 미사여구로 칭찬해주면 (대통령 또는 정치인의) 인기는 올라가겠지만 국민이 골병 든다. 예로 조세제도 개편 문제도 사실 그냥 세금 많이 내는 것 누가 좋아하겠나. 세금 없는 게 제일 좋지. 세금 없애주겠다고 하면 인기가 오르겠지만 결국 그러다가 나라 살림이 망가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서 “(내가) 국력을 키우자는 얘기를 왜 그렇게 (자주) 하겠나. 대한민국이 국력을 키워야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민 삶을 제대로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 나라가 부강해야 국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