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1.28 08:30 수정 2024.11.28 08:30 고양 =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서 ‘엑스블 숄더’ 최초 공개
로봇 착용 시 상완 근력 활성도 최대 60% 경감 가능
근로자 고령화로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수 증가세
내년 상반기 제품 출고 계획…2026년 해외 시장 진출
3kg 아령을 한 손에 들고 위로 몇 번이나 뻗어 올렸지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2m 높이에 떠있는 차량 하부를 정비하기 위해 2.7kg의 공구를 사용해 팔을 높이 올려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 여러 번 반복해봐도 팔이 뻐근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몸에 힘을 빼니 저절로 만세 자세가 됐다.
무중력 상태 체험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니 이런 상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서 현대차·기아가 이날 최초 공개한 엑스블 숄더를 체험해봤다.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에 특화된 이 로봇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상완(어깨, 팔꿈치)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평상시에는 힘을 들여서 팔을 올려야 하지만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니 반대로 팔을 내리기 위해 힘을 써야 했다. 만약 힘을 주지 않고도 차렷 자세를 하고 싶다면 등 쪽의 마그네틱에 붙여 놓으면 고정이 된다. 여기서 더 자유롭게 팔을 사용하고 싶으면 팔을 고정하는 벨트만 해제하면 된다. 사용법을 익히면 혼자서도 40초 만에 착용과 탈착이 가능하다고 한다.
로봇을 착용하지 않고 아령과 공구를 들어보니 단번에 중력의 힘을 거세게 받으면서 상완근에 힘이 들어갔다.
엑스블 숄더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각각 최대 60%와 30% 경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돼 가벼울 뿐만 아니라 별도로 충전할 필요가 없어 유지와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본체는 탈착이 가능해 어느 작업복에도 적용될 수 있어 활용 범위도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인업은 ‘기본형’과 ‘조절형’ 두 가지로 각각 사용자에게 최대 2.9kgf, 3.7kg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이런 기능은 엑스블 숄더가 전동 시스템을 대신해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 보조력을 생성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모듈은 크랭크 축과 인장 스프링 사이를 연결하는 ‘멀티링크’로 구성된다. 근력 보상 모듈이 작동하면 모듈 내부의 인장 스프링에서 방출된 탄성에너지가 멀티링크를 거쳐 ‘회전력’ 형태로 전달되고 생성된 회전력이 상완 근력을 보조하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기아가 이런 로봇을 개발한 것은 산업 근로자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는 근로자 고령화로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준 제조, 건설, 조선 업계에서 어깨 부담 작업 근로자는 약 18만명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근로자 건강문제 보고 중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비율이 60%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도 근골격계 질환 평균 연간휴직일수가 14일로 평균 산재 휴직 일수보다 이틀 더 많다.
김영훈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상대적으로 고령화가 가속됨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그런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엑스블 숄더를 로보틱스랩 안에서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를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엑스블 숄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뛰어들 방침이다. 구매 희망 기업은 오는 28일부터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및 상담이 가능하며, 현대차·기아는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고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뿐만 아니라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한다.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영훈 팀장은 “로보틱스랩은 인간을 향한 진보라는 비전 하에 육체의 한계를 만난 사람들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인간의 모빌리티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