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또 밀린다...AI로 전장 옮기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2025-09-11

글로벌 완성차의 경쟁 무대가 인공지능(AI)으로 옮겨가고 있다. 배터리 성능이나 주행거리 같은 전기차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AI를 활용해 차량 개발 속도를 높이거나, 자율주행 기능을 고도화하는 AI가 미래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 전기차들이 AI 대응에도 빠른 편이다. 비야디(BYD)는 보급형 모델에도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탑재해 ‘AI 대중화’를 강화하고 있다. 샤오펑(Xpeng)은 고속도로와 도심에서 자율주행 지원 서비스를 선보이며 중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AI 기반 주행 보조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중국 전기차들은 유럽, 동남아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중국차 공습으로 위기에 처한 독일 완성차들도 AI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2030년까지 최대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를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개발과 생산 공정을 최적화해 신차 출시 속도를 높이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강점인 ‘제조 효율성’을 AI 기술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BMW는 AI 기반 운행 지능화에 집중하고 있다. BMW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에는 기존 대비 연산 능력이 20배 뛰어난 수퍼컴퓨터 ‘수퍼브레인’이 탑재됐다. 수퍼브레인으로 구동되는 BMW 신형 iX3에는 퀄컴과 공동 개발한 AI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이 처음 적용됐다. BMW는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의 지원 국가를 2026년까지 100개국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사용자 경험과 생산 효율 제고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에 구글클라우드 AI를 연동해 음성 인식 기능을 고도화했고, 사용자가 “헤이 메르세데스(Hey Mercedes)”라고 부르면 음식점 추천이나 길 안내 등 복잡한 요청에도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생산 측면에선 베를린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에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도입해 물류 운송과 품질 검사 같은 반복 업무를 맡겼다. 근로자가 로봇을 원격 조작하며 학습시키는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동시에 AI 기반 품질 분석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공장 운영의 효율성도 높이는 중이다.

테슬라는 AI 활용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일찌감치 AI 기반 로보택시 네트워크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삼성과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해 자율주행차와 로봇용 AI 칩을 확보했고, 자체 AI 스타트업 xAI에 대한 투자 여부를 오는 11월 주주총회 안건에 올리는 등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 민·관·학 협력 플랫폼 ‘넥스트 어반 모빌리티 얼라이언스(NUMA)’를 출범하고, 도심형 이동수단과 스마트시티 연계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5년간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AI와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라며 “현대차그룹도 AI 기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의 개발 속도와 기술 민첩성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미국 업체들도 AI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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