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히메유리

2025-05-23

자민당의 니시다 쇼지 참의원이 오키나와에 있는 ‘히메유리의 탑’에 관한 왜곡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히메유리의 탑은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전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다. 오키나와 현의회는 니시다 의원에게 사죄와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올해로 패전 80주년을 맞이한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0일 오키나와현 다마키 데니 지사와의 면담에서 사과했다.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군은 오키나와에 상륙했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군인 외 희생된 오키나와 민간인 수는 9만 4000명이나 됐다. 오키나와 사람의 4분의 1이 사망한 셈으로 상상을 하기 힘든 민간인 피해다.

히메유리 학도대는 간호 요원 여학생들로 구성됐는데 대원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히메유리의 탑’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여러 번 만들어졌고, 오키나와전의 희생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니시다 의원은 지난 3일 오키나와의 나하시에서 강연하면서, 히메유리의 탑에 적힌 설명에서 ‘일본군이 들어와서 히메유리 학도대가 죽게 됐고, 미국이 들어와 오키나와가 해방됐다’는 취지의 문장을 봤다며, 이는 역사를 바꿔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런 문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니시다 의원은 최근 히메유리의 탑을 방문한 적도 없고, 그가 간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오히려 그의 무책임한 발언이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그의 발언 진의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니시다 의원이 강연한 날은 헌법기념일이었고, 발언은 개헌파의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니시다 의원은 “오키나와에서는 실제와 다른 잘못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역사수정주의다. 거짓으로 선동하면서 역사를 바꿔 쓰려고 하는 것이다.

니시다 의원의 강연 전체 영상을 봤는데, 헌법을 개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이 일본이 군대를 가질 수 없게 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니시다 의원의 발언을 한 정치인의 실언으로 끝낼 수는 없다. 자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패전 80주년을 맞은 일본 정부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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