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경쟁의 "가장 목 좋은 부동산"은 위성들 붐비는 저궤도[BOOK]

2025-04-18

지리의 힘 3

팀 마샬 지음

윤영호 옮김

사이

영국의 국제외교안보 기자 출신으로 『지리의 힘』 1·2를 펴내 지정학의 지평을 넓혀온 지은이는 이번엔 눈을 우주로 돌린다. 우주는 냉전 이후 여행로‧자원매장지‧개발공간을 두루 갖춘 지리적 신개척지로 떠올랐으며, 위험요소‧기술경쟁‧선점전략 등 지정학적 거대담론을 펼치기에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기회와 자원,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려고 지구라는 지리적 공간에서 각축전을 벌이던 인류가 이젠 그 영역을 우주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강대국들이 우주에서 군사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독자 우주비행이 가능한 미국‧러시아‧중국 등 은 이미 대기권 밖에서 싸울 우주군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분쟁 전문가인 지은이는 “앞으로 지배권과 이권을 놓고 우주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그 이유로 “지구에는 우주 활동을 평화롭게 이끌 유의미한 규범이나 국제정치체제가 없다”는 사실을 든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우주전쟁은 중국‧대만‧인도‧일본‧미국이 관련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긴장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주정치학자 에브렛 돌먼 미국공군대학 교수의 예측을 소개한다.

돌먼 교수는 “미국은 정밀유도‧정보‧정찰 능력을 거의 전적으로 우주에서의 지원에 기반하고 있다”며 “만일 중국이 미국의 지상 군사행동 전에 이를 미리 차단한다면 전쟁에서 우위에 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상 발사 미사일로 지구궤도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기술은 이미 시험 단계에 있다.

경제 측면에서 우주는 매혹적이다. 2050년엔 5만 개의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서비스업체인 모건스탠리는 2022년 4500억 달러였던 우주산업 규모가 2040년엔 1조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에서 가장 주목할 대상으론 지상 160~2000㎞ 상공의 저궤도가 꼽힌다. 영상촬영‧통신 위성의 대부분이 자리 잡은 데다 이를 통과해야 우주로 나갈 수 있어 우주경제의 ‘목좋은 부동산’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궤도를 지배하는 자가 지구 근처 우주를 호령한다. 지구 근처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테라(지구)를 지배한다. 테라를 지배하는 자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라는 돌먼 교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래 우주 패권은 누가 쥘 것인가. 지은이에 따르면 달에 갔던 미국은 냉전이 끝나면서 이전의 절박함은 사라졌지만, 우주 규범 제정‧통제의 주체가 되어 우주경찰 역할을 하며 우주패권을 지키려는 야심은 여전하다. 거기에 더해 민간기업도 나서면서 우주 상업 시대를 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대기권 돌파 비용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면서 희귀금속과 물이 발견된 달을 중간기지로 삼아 우주로 진출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야망이 여전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금‧장비‧전문성이 떨어져 빛을 잃고 있다. 우주탐사에 민족주의를 결합해온 중국은 우주역량 강화로 기술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다. 한반도와 지구촌 다른 나라들의 우주경쟁도 거론되지만 평가는 짜다.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원제 The Future of Ge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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