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사 관리대책 실효성 논란
직권휴직 제도 오남용될까 우려에
교원 심리검사 참여율 저조할 듯
본질 외면한 ‘사후약방문’식 대처
교사 선발·관리 시스템 점검 필요
“단순히 제도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이번 사건은 학교가 보낸 수많은 위험 신호를 교육당국이 외면한 결과 아닐까요.”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질 것 같고,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상처받은 교직원들이 앞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게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지금 나오는 대책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울증만 잘 관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식으로 가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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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교육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교육 관련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일회성의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내놓은 만큼, 교사 선발·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려워 보이는 교사에게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이른바 ‘하늘이법’이 추진된다.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교사를 대상으로 면직까지 가능하도록 법제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법제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학교에선 오래 전부터 위험 신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각종 행정 업무가 학교에 쏟아지면서 단기적인 대응으로 교육 현장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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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 역시 문제가 있는, 이른바 ‘폭탄 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우울증 등을 겪는 교사들에 대한 과도한 행정적 개입이 이뤄져 오히려 교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학교 측이 해당 교사의 재휴직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교육청이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며 무시한 채 형식적으로 진단서 확인에만 그치면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청이 학교가 제기한 우려를 제대로 검토하거나 교사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런 안일한 대처가 제도 하나 생긴다고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김모씨는 “어느 학교든 이상한 교사가 있어 피해는 주변 동료 교사와 학생들이 보지만, 교장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교육청에 신고해도 결국 다른 학교로 해당 교원을 이동시키는 ‘폭탄 돌리기’식 조처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로선 이를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잘못은 아닌데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로 인해 상처받은 교직원들이 앞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더 주저하거나 힘들어할 것 같다”며 “만약 담임 교사가 정신질환 이력이 있을 경우 학부모들이 담임 교체를 요구한다거나 불필요하게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교사의 범행이 단순히 우울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분석도 잇따르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장세린 교사노조연맹 사무총장은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정신질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교육부가 내놓는 혹은 정치권에서 나오는 대책들은 원인을 자꾸만 교사의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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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 상반기 중 교원 맞춤형 심리 검사를 시작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리 검사 도구 자체가 교사들의 자율성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가 검사를 원치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서다. 교사들 사이에선 오히려 의무로 들어야 하는 연수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교사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
일본에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가 정신건강 상담과 직장 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2023년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원 수는 6500여명으로 2020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법제화나 상담 지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 선발과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사후 대책이 아니라 예방적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는 미성년자인 학생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정신 또는 일정의 인적성 관련 검사를 심층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예비 교사 단계인 교대나 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인적성 검사를 진행하거나 임용고사나 면접 시에도 안전장치를 만들어 혹시 모를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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