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3주년 특집 기획 Ⅱ] 자동차만 자율주행? 이제 치과도 로봇 시대!

2025-03-24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다음은 ‘로보틱스’ 산업

개원가에 치과 로봇은 득일까? 독일까?

AI(인공지능)가 발전하면 으레 로보틱스 산업도 발전하기 마련이다. 과거의 로봇은 사람의 직접적인 조작이 필요했으며,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됐다. 최근의 로봇 산업은 AI가 발전할수록 로봇이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환경을 인식하며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 AI 경험을 통해 학습된 로봇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적응하고, 사람의 업무를 일부 수행해주기도 한다. AI는 소프트웨어로서 로봇의 두뇌를 담당하기 때문에 AI가 발전할수록 더욱 지능적이고 정교한 로봇을 만들어낸다.

그 예로, AI를 통해 집안을 스캔하고 청소 경로를 최적화하는 청소 로봇이 개발됐으며, 도로와 보행자를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하면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배달 로봇도 개발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니 그에 맞는 자동차가 발전됐고,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과 협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협동로봇 ‘Cobots’이 만들어졌다.

로봇은 의료계에서도 톡톡히 역할을 발휘 중이다. 국내 의료계에서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는 다빈치 수술 시스템은 최소침습수술로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처럼 AI는 이미 우리의 삶과 산업군에서 다양한 로봇으로 상용화됐다.

치과계에도 ‘수술 로봇’ 등장

그렇다면 치과계는 어떤지 보자. 먼저, 세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치과 임플란트 수술 보조 로봇 ‘Yomi(요미)’가 있다. 마이애미 소재 벤처기업인 Neocis Inc.가 제조·판매하며, 기업 측은 지난 2019년 Yomi를 통해 1천 개 이상 임플란트를 식립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치과 임플란트 수술 시 술전 계획과 수술 단계 모두를 지원하며, 수술용 기구에 대해 안내한다. 수술 안내는 햅틱 로봇공학 기술과, 소포트웨어, 멀티 센서피드백을 이용해 치료계획에 따른 정확한 식립 위치, 각도, 깊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지난해에는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시스템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완전 자동화 시술을 완료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Perceptive’가 개발한 로봇 치과의사는 AI, 3D 이미징, 로봇 기술을 통합해 치과 치료를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치과에서 크라운 시술 등을 하려면 2회 정도 치과에 방문해야 하고 한 번 방문 시 최소 한 시간가량이 소요되지만, 로봇이 진행하면 단 15분 안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기존 시술보다 자동화 시술이 짧은 시간에 더욱 많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로봇의 도입으로 수작업의 필요성과 인적 오류의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국내 치과계에서도 로봇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푸른기술(대표 함현철)이 개발한 치과 임플란트 수술보조 로봇 시스템으로 서울대치과병원 보철과(박지만 교수)와 연세대치과대학병원 치주과(정의원 교수), 울산대학교 융합의학과(김남국 교수), 한국기계연구원(조장호 박사)의 공동연구팀과 시험견을 대상으로 전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환자 맞춤형 마커의 구내 마커와 CBCT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과의사가 전용 컴퓨터지원설계(CAD) 시스템을 이용해 컴퓨터에서 임플란트 위치를 사전에 디자인하고, 수술실에서 구외 마커의 항법기반으로 로봇·환자·영상을 실시간 정합한다. 이를 통해 임플란트 수술용 핸드피스를 조작하는 치과의사가 로봇의 햅틱 가이드 하에 정밀하게 임플란트를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치과 임플란트뿐만 아니라 치아 교정에서도 로봇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3D 프린팅 소재 전문 기업 ㈜그래피(대표 심운섭)가 경희대학교치과병원과 형상기억 투명교정 얼라이너 자동화 설계시스템 ‘Tera Harz Smart Robot’ 도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래피사의 Tera Harz 스마트 로봇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형상기억 투명 교정장치를 자동화 로봇을 통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 솔루션이다. 의료진이나 기술 지원 인력의 도움 없이도 투명교정 장치를 정교하고 편리하게 제작할 수 있으며, 환자 구강 정보를 확인 후 1~2일 안에 실제 투명교정 장치 착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외에도 최근 치과 AI 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덴트로닉(대표 최경연)’도 등장했다. 덴트로닉은 서울대 출신 창업진이 설립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치과 의료진을 위한 보조 수술 로봇 팔과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agent를 개발하고 있다.

치과계는 치과 로봇 상용화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로보틱스 산업의 발달은 치과의사 및 종사자의 작업 환경 및 역할 변화, 치료 효율성, 치료 계획 기간 등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치과 개원가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치과 개원가에서는 경영난으로 인한 곡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의료광고의 규제로 인해 홍보 방향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며, 같은 동네에 있는 저수가 과잉진료 치과로 인해 환자 또한 놓치기 일쑤다. 재료값은 인상됐지만 옆집 치과를 의식해 진료 가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낮춰야 한다. 또 높아지는 덴탈 EQ로 인해 환자의 치과 방문 시기가 길어졌으며, 서민경제난이 개원가에도 영향을 끼쳐 환자들이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한 치과치료를 미루고 있다는 것도 개원가를 곤경에 밀어 넣고 있다. 치과의사의 과잉공급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보틱스의 발전은 치과 개원가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될 수 있다. 먼저, 고급 로봇 시스템과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 상당한 초기 투자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소규모 치과나 제한된 기관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비용 대비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또 로봇이 반복적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면서 일부 치과 업무가 자동화되어 치과의사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특정 시술이나 검사에서 로봇이 더 많이 활용될 경우, 치과의사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면허를 취득한 치과위생사 중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52.3%에 불과하다. 특히, 치과의원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45.8%로 더 낮아, 개원가의 구인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스탭의 업무 일부를 대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치과의사의 역할까지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 봉직의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스탭의 업무 분담 및 교육 역시 현재와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로봇을 도입한다면 스탭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는 스케일링, 엑스레이 촬영, 진료 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도입 후에는 로봇 스케일링 시스템 관리, 로봇을 통한 환자 소통·상담 기술 등이 필요하며, 스탭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거부감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윤리 및 법적인 사항도 고려할 부분이다. 로봇이 치료를 수행함에 따라 로봇 사용에 따른 법적 규제와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가장 크게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로봇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사고 책임 문제, 개인 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문제가 꼽힌다. 그 밖에도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의료 윤리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

치과 로봇, 치과의사의 완벽한 파트너 가능성 기대

로봇 도입은 개원가에 단순한 우려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점도 제공한다.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진료의 정밀성 향상 및 시술 안전성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AI를 기반으로 정교한 센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오차 범위를 최소화한 치료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수술 시 로봇이 사전에 계획된 경로를 따라 정밀하게 드릴링을 수행하며, 신경 손상 위험을 줄이고 정확한 식립을 가능하게 한다. 또 기존 수술보다 짧은 시간 안에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어 환자의 부담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보철물을 제작할 때 CAD/CAM 및 로보틱스 기술 결합으로 환자의 구강 구조에 최적화된 보철물을 빠르고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으며, 교정 치료에서도 미세 조정이 가능해 치아 이동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치과의사의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장시간 숙련된 손기술을 요하는 치과 진료는 술자의 목, 어깨, 허리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과 피로 누적을 야기한다. 로봇은 정확한 힘과 각도를 유지할 수 있어, 함께 협업하는 술자는 부담 없이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도 기대할 수 있다.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개별적이고 차별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치과 스탭은 더욱 전략적으로 환자 상담이나 후속 관리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는 정밀하고 빠른 치료와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치과병·의원 운영 발전에도 효율적이다. 진료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이는 연구 및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자동화된 작업으로 업무 부담을 단축시켜 준다.

현대 산업은 AI의 발전과 더불어 로보틱스도 함께 진보하고 있으며,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자리 잡았듯이 덴탈 로보틱스 역시 치과 개원가에서 곧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덴탈 로보틱스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치과의료 환경의 혁신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발전을 성공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기술 지원,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의료 윤리 기준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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