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속제조공정·스마트 공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자국 중심의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제조혁신 수준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 차원의 구체적 로드맵과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7일 창립 80주년을 맞아 발간한 ‘K-Pharma(의약품), 제조 혁신 전략’ 정책보고서에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기존 생산 방식에서 벗어난 제조·품질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정량의 의약품을 생산하고 공정을 조정하는 기존 ‘배치(Batch) 공정’의 비효율을 해결하려 연속제조공정 등 제조혁신을 이뤄왔다. 연속제조공정은 원료 투입부터 건조, 정제까지 과정을 자동화해 제품을 중단없이 만드는 공정이다. 노바티스는 2007년부터 약 844억원을 들여 2017년 스위스 바젤에 연속제조 시설을 만들고 제조 기간과 비용을 각각 90%, 30% 절감했다. 얀센도 2016년 연속제조로 전환, 제조 기간을 13일에서 1.1일로 줄이고 폐기물을 33% 감소했다.
스마트 공장 전환도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미국 미시간주에 4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을 들여 모듈식 무균 처리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가상세계에 물리적 실체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직원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제조 공정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제약사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는 ‘물리학 기반 모델링’(물리 법칙 기반 움직임 예측 모형)과 ‘세포 대사 모델링’(세포 내 반응 경로 예측 모델)을 결합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최적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도 혁신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마트 생산시설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도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장 높은 수준의 스마트 공장(레벨 4~5)이지만, 국내 스마트 공장의 71.4%가 생산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레벨1~2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협회가 한국 제약·바이오 45개 기업(61개 공장)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 제조 기술 구축 수준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모두 5점 만점에 2점을 넘지 못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제조 데이터 분석’은 대기업 1.7점, 중견기업 1.4점, 중소기업은 1.0점에 그쳤다. ‘AI 기반 품질예측과 공정 최적화’도 대기업 1.4점, 중견기업 1.1점, 중소기업 1.0점이었다. 협회는 높은 설비 투자 비용, 시스템들의 연계, 전문 인력 부족, 규제 불명확성 등이 도입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산업 구조·기술 수준·기업 규모를 고려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제조혁신을 위한 유인체계와 전문 인력 육성·기술 역량 제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산업 전반의 제조·품질 혁신사례를 공유해 기업의 기술 도입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이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첨단의료기술 R&D(연구·개발) 기획팀장은 보고서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제조 강화 정책과 맞물려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의약품 제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첨단 제조기술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제조혁신을 위한 R&D 지원, 전문인력 양성, 기술 도입 촉진 방안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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