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OECD 회원국 중 1.0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2024년 5200만명에서 2072년 3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전망은 더 과감하고 더 암울하다. 최근 출간된 <천만국가>(레디앙)에서 그는 “연간 10만명이 태어나고 기대수명이 100년이며, 이 같은 조건이 장기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최종인구수는 1천만명 정도 된다”면서 “그걸 ‘천만국가’라고 부르기로 하자”고 말한다.
오랫동안 한국은 노동에 비해 자본이 부족한 ‘자본 희소 사회’였으나 인구 감소 여파로 ‘노동 희소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웨덴(1054만명)이나 스위스(885만명) 같은 강소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노동력이 풍부했던 시절에 형성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문화다. “문명 단위로서 한국 모델은 북유럽 모델과 정반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막 대하는 것, 특히 노동자를 막 대하고, 가능하면 돈을 적게 주고, 일을 막 시키는 것이 한국 문명의 특징 아닌가? 우리는 일하다가 너무 많이 다치고 죽는다.”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은 줄어드는데, 어린이들이 장난치고 노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해 임대아파트 주민을 차별하는 사례에서 나타나듯,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도 만만치 않다. 우 박사는 “차별 받고, 고통 받을 확률이 높은 환경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라고 묻는다.
인구 감소는 아동·청소년 도서 시장, ‘한류’의 세 축인 음악·영화·드라마 시장, 공연예술 시장 등 우리 사회 여러 부문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언론의 위축이다. 우 박사는 “종이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상품 시장 하나가 위축되는 정도의 문제를 넘어선다”면서 “이제부터 진짜 공론장의 위기가 온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뭐라도 가진 게 있는 사람들만 결혼을 하고, 그들 중 상속할 것이 있는 사람들만 출산을 하는” ‘상속자들의 공화국’으로 가느냐, 가진 게 적고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알바 공화국’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국가 소멸’이라는 파국을 맞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당연히 후자다. 우 박사는 중산층 상속자들만이 출산할 수 있는 나라는 “작고 강한 나라가 아니라, 망해가는 나라”라면서 “알바들의 공화국, 그게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 정의”라고 말한다.
우 박사는 향후 가장 중시해야 할 개념은 ‘다양성’이라면서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물론이고 국민경제도 납작 눌린 2차원 평면처럼 단조롭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국이 ‘서울화’되고 지역별 다양성이 사라지는 현재의 추세는 그런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는 “아직 우리의 지방도시들이 지역으로서 작동하고 있을 때, 연방제 도입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