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2년]오픈AI, 인공지능 시장을 바꾸다

2024-11-28

오픈AI가 챗GPT를 세상에 내놓은 지 2년, 여전히 인공지능(AI)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오픈AI가 챗GPT에 추가하는 기능에 따라 기업들이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롭게 제시한 트렌드에 올라탄다.

빠르게 성장한 오픈AI는 세계에서 3번째로 몸값이 비싼 비상장 기업이 됐다. 유럽과 아시아에 사무소를 열어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픈AI가 바꿔놓은 AI 시장을 돌이켜보고, 전망을 짚어볼 때다.

◇AI 트렌드 선도하는 오픈AI에 업계 '집중'

올해 오픈AI의 기술 발표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GPT-4o'였다. GPT-4o를 통해 기업 간 AI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오픈AI는 지난 5월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GPT-4o'를 출시했다. GPT-4o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 '그녀(her)' 속 AI 비서 '사만다'를 연상시켰다. 주로 텍스트로 대화를 주고 받았던 이전 서비스와 달리 실시간 음성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사람 간 대화처럼 빠른 응답속도가 특징이다. 오픈AI는 GPT-4o의 응답 시간은 최소 232밀리초, 평균 320밀리초로 사람의 응답시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구글, 앤스로픽 등도 뒤이어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글은 오픈AI의 GPT-4o 공개 바로 다음날 열린 구글연례개발자회의(I/O)에서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공개했다. 프로젝트 아스트라에는 주변 세계를 인식하고 관련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비서까지 다양한 기술이 포함된다.

앤스로픽은 10월 화면 내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기능 '컴퓨터 유즈'를 선보였다. 이 기능은 앤스로픽 LLM 클로드 3.5에 적용돼, 사람의 컴퓨터 활용 업무를 대신한다. AI 스스로 컴퓨터 화면 내용을 해석해 버튼 선택, 텍스트 입력, 웹 탐색 등 작업을 수행한다.

국내 기업 간 AI 에이전트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AI 통화 비서 '익시오'와 '에이닷'이 경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AI가 전화를 대신 받아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는 기능을 탑재했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단순 AI 통화 비서가 아닌 할 일, 루틴 등 개인의 일상을 통합 관리하는 'AI 비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대세는 '생성형 AI'…美 기업, 올해 생성형 AI에 19조 지출

“올해 AI 행사는 어딜 가나 '생성형 AI'를 논하고, 투자는 생성형 AI 잘 하는 기업에 몰리네요.”

한 AI 기업 대표는 챗GPT 등장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 멘로벤처스가 최근 직원 50명 이상 미국 기업의 IT 분야 책임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생성형 AI에 138억달러(약 19조2600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작년(23억달러)보다 6배 늘어난 수치다.

이들은 그 중에서도 '파운데이션 모델'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지출액은 올해 65억달러(약 9조600억원)로 지난해 10억달러보다 6.5배 상승했다. 이는 생성형 AI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 오픈AI의 '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해당된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만을 놓고 보면 지출액은 훨씬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씨티그룹 보고서를 인용,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아마존·메타의 총 자본 지출이 2023년 대비 42% 증가한 2090억달러(약291조6600억원)에 달할 것이라 보도했다. 이 중 80%는 'AI 칩 확보 및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 심화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AI 반도체·데이터센터에 자본을 집중했다. 생성형 AI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AI 연산 성능에 뛰어난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 장치(GPU) 확보가 중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AI 스타트업 xAI의 거대언어모델(LLM) '그록3' 훈련을 위해 엔비디아 최신 GPU H100 10만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H100 가격이 5000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10만장 구매를 위해선 최소 5조원이 필요하다. MS, 메타 등 빅테크는 H100 약 15만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GPU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GPU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많은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발열이 심하고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는 GPU 운용에 필요한 전력을 갖춘 동시에 서버를 식혀줄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로이터는 “아마존, MS, 알파벳 등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2025년 AI 인프라 구축에 약 2000억달러(약 28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 경쟁사 등장…1위 수성 지속될까

오픈AI는 올해 계속되는 투자와 이용자 수 증가로 빠르게 성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가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수(WAU)가 2억명 이상으로, 지난해 11월 WAU 1억명을 달성한 지 9달 만에 2배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지난 달 1570억달러(약 208조원) 기업 가치로 66억달러(약 8조8000억원) 모금에 성공하면서 세계에서 3번째로 몸값이 비싼 비상장 기업이 됐다.

그러나 오픈AI를 추격하는 라이벌이 등장하면서 1위를 지속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표적 라이벌 기업은 앤스로픽이다. 이 기업은 오픈AI 출신들이 주축이 돼 2021년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아마존이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총 80억달러를 투자했다. MS가 오픈AI에 투자한 130억달러의 약 60%에 해당한다.

앤스로픽은 기업용 AI 시장에서 오픈AI를 따라잡고 있다. 멘로벤처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픈AI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에서 34%로 16%포인트(P) 떨어졌다. 반면 앤스로픽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에서 24%로 두 배 올랐다. 두 기업 간 격차는 10%P로 좁혀졌다.

오픈AI에는 내년 1월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AI에이전트 '오퍼레이터' 등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국내 한 AI 전문가는 “AI 에이전트는 몇달 전부터 언급됐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분야”라며 “이르면 향후 2~3년 뒤 국내외 AI 기업 간 경쟁은 AI 에이전트에서 점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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