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역대급 순이익에도 배당은 "글쎄"...'해약환급금준비금' 손질 지적도

2025-02-28

【 청년일보 】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지만, 배당에는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주요 상장 보험사 중 올해 배당을 결정한 곳은 삼성화재와 DB손보, 삼성생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충당에 따른 부담으로 배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개혁회의서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보험사들은 이에 대한 추가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생명보험협회에서도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을 통해 보험사들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향후 금융당국과의 논의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 보험사 중 올해 배당을 결정한 곳은 손해보험사 중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생명보험사 가운데선 삼성생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상장사인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은 올해 배당이 불확실한 상황이며, 현대해상과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은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 및 동양생명 관계자는 “배당 여부에 대해선 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배당이 어려워진 주된 이유로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지목된다. 2023년 도입된 새 회계제도 IFRS17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시가부채가 원가부채에 미달할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충당 부담으로 인해 올해 배당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해약환급준비금으로 인해 배당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배당 관련해서는 내달 2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인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당사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경영철학에는 변함이 없다”며 “제도 변경 노력과 이익증대를 통해 배당이익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확보할 예정이며 금융당국과 지속적인 소통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FRS17 하에서 보험사들은 신계약 체결에 따라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나게 돼, 실적이 개선된다고 해도 배당 여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와중에도 배당을 결정한 보험사들은 비교적 자본 규모가 커기 때문에 배당이 가능했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킥스비율이 200% 이상인 보험사는 기존 해약환급금준비금의 80%를 적립하도록 완화됐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개선안이 수정,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에서 발표한 킥스비율에 따른 해약환급금 적립비율 기준을 보험사의 현실적인 여건에 보다 부합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충돌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금융당국에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균형적으로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회장도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사들의 준비금 적립규모가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배당여력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보였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과 보험사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인해 보험사들의 배당이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협회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에 나선 모습”이라며 “앞서 금융당국 주도로 보험개혁회의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방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보험사들 간에는 실무적 차원에서 이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금융당국에 제도개선 건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와 관련한 보험업계의 향후 추가 건의에 대한 입장 표명에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선 지난해 10월 열린 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이미 발표가 있었다”며 “이후 보험사들로부터 추가 건의사항 등을 접수한 바 없으나, 향후 건의가 있을 경우 해당 내용에 대한 파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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