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공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조건: 팬덤 경제 통한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혁신

2025-07-08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은 오랫동안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움직여왔다. USDT, USDC 등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들은 거래 효율성, 유동성 확보, 자산 보전 기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거래소와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 핵심 기축통화로 기능해왔다. 실제로 2024년 5월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0% 이상이 달러 기반이며, 그중 USDT와 USDC가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 이면에는 실생활과의 단절, 사용자 주체성의 부재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해왔다. 최근 등장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통화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 코인은 단순한 금융기술을 넘어 문화적 감성을 중심에 두고 설계된 '감정 기반 통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상상해보자. 미국의 10대 팬이 한국 아이돌의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스트리밍을 인증하고, SNS에 자발적으로 홍보 콘텐츠를 올리는 행위 하나하나가 자산화될 수 있다면 어떨까. 단순한 '덕질'을 넘어, 팬의 시간과 열정이 토큰으로 환산되고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연결되는 생태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는 2023년 기준, 글로벌 팬덤 경제 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과 문화 소비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시도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영역과도 명확히 구분된다.

전통적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정적인 기능 중심으로 작동한다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지속 가능한 팬 활동이라는 반복적 수요 구조에 기반한다. K-팝 앨범, 드라마 OST, 한정판 굿즈, 팬미팅 티켓 등은 전 세계 수백만 팬들의 일상 속에서 정기적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통화의 순환과 유통을 유도하는 '문화형 경제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동안 K-팝 앨범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3억 달러를 돌파, 글로벌 팬덤의 막강한 구매력을 입증했다. 특히 이 모델은 Web3 기술을 통해 팬을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 끌어올린다.

굿즈 디자인 투표, 아티스트 프로젝트 참여, 팬 커뮤니티 콘텐츠 기획 등 팬덤 활동 전반에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시스템이 도입되고, 그 결과로 NFT 리워드나 토큰 수익 분배에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이는 통화를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팬의 활동 이력과 감정을 저장하는 '참여형 통화'로 진화시키는 구조다.

아울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팬 활동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일상 속 실물 결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Visa, Mastercard 등과 연동되는 실물 카드 형태로 발급돼, 음식점·카페·교통 등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는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이 넘지 못했던 '생활 결제'의 장벽을 실질적으로 돌파하는 구조이며, 가상자산과 실물경제 간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인 진보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2023년 기준 200조 원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 실물경제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잠재력을 더욱 확장시킨다. 이러한 설계는 글로벌 소비자에게 단순한 편의성 이상의 의미를 제공한다. 이미 K-컬처는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감정적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 위에 구축된 원화 기반 통화는 단순한 기능성 화폐를 넘어 '사랑받는 화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통화는 결국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신뢰하고 기꺼이 사용하려 할 때 그 의미가 생긴다. K-팝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팬 커뮤니티는 이미 이 통화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K-컬처를 경험하고 있다는 분석은 그 잠재 수요를 뒷받침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보안성과 신뢰성을 갖췄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성, 위·변조 방지 기술, AML/KYC(자금세탁방지·고객확인제도) 대응 체계,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 등이 적용돼 기존 금융 규제에도 부합한다. 여기에 Web3 기반의 참여형 거버넌스와 NFT 연동 구조까지 더해지며, 내구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도 기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능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기술, 감정, 문화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디지털 자산이며,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있어 매우 시의적절한 해답을 제시한다. 기존의 '기축통화 중심 모델'에서 '참여와 감정 중심의 통화 모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프로젝트가 있다. 한국의 금융보안 전문기업 이니텍(INITECH)과 Web3 콘텐츠 플랫폼 팬시(FANC)가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이다. 이니텍은 보안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며, 팬시는 전 세계 K-컬처 팬덤을 연결하는 감성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기술과 콘텐츠, 보안과 감성을 결합한 이들의 시도는 단순한 금융 실험을 넘어, '왜 사용하는가'를 넘어 '왜 사랑받는가'라는 물음에 정면으로 답하고 있다. 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소개 : 정주필 대표는 월간 블록체인투데이 발행인이다. 포스텍 블록체인및디지털자산 전문가 과정 운영위원, 한국핀테크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전)삼성전자 경영혁신팀 근무.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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