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株 급등했지만…건보 적용 검토에 제약업계는 '신중론'

2025-12-17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비만·난임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탈모 치료의 경우 약가 인하 부담을 이유로 제약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비만·난임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 체계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았던 탈모 치료 보험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탈모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 질병으로 봐야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복지부는 유전적 요인에 따른 탈모는 질병으로 보기 어렵고, 미용적 성격이 강해 비급여로 분류돼 있다고 답했으나 이 대통령은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위더스제약과 JW신약, 현대약품 등 탈모 치료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으나 제약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탈모 치료제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지만, 한 달 기준 평균 약값을 고려할 때 고가에 해당하지 않고 저가에 대량 공급하는 곳들도 있어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탈모 치료제는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지만, 약가 측면에서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비용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경구용 탈모약 비용은 한 달 기준 약 3만원 수준으로,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 고가 비만 치료제와는 가격대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탈모약을 주로 취급하는 대형 약국의 경우 저가로 대량 공급하는 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다"며 "보험이 적용되면 처방량은 늘 수 있겠지만, 약가 인하와 맞물릴 경우 제약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어 마냥 환영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비대면 진료 앱 '나만의 닥터'를 통해 공개된 지난 7월 기준 탈모약 가격을 살펴보면, 경구용 탈모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의 1개월분 최저가는 7800원, 두타스테리드는 1만2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여기에 병원 방문 진료 시 1만~1만5000원 안팎의 진료·처방 비용이 추가된다. 해당 앱은 탈모 비대면 진료의 경우 최저 1460원부터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탈모 환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엇갈린다. 디시인사이드 탈모 갤러리에서는 한 이용자가 "병원이 처방전 장사로 돈을 벌고 있다"며 탈모약의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에 공감한 반면, 또 다른 이용자는 "지금도 복제약을 처방받으면 하루 200원꼴"이라며 급여화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을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규정하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학회는 비급여 구조로 인해 치료 접근성이 낮고,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어려운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만 진료 급여화를 위한 건강보험 정책 심포지엄' 등을 통해 고도비만 환자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보험 적용 확대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는 "학회는 끊임 없이 비만치료제의 급여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해왔다"며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를 고려해 급여 적용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로 처방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위고비는 한 달분 기준 약 23만~37만 원대, 마운자로는 2.5mg 기준 약 27만~28만 원대, 5mg 기준 약 36만~37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마운자로의 경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보조제로 급여 판정을 받았지만, 비만이 아닌 당뇨 환자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상황이다. 비만 치료 목적의 처방에는 여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소아 비만이나 대사 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 목적에 한해 보험 급여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합병증 예방과 질환 관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약가 인하 압력이 불가피해 제약사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장기간 치료가 불가피하지만, 현재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 가격은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사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 대해서는 치료 목적의 일부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 인하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모와 비만 치료제가 급여 적용 여부를 두고 의료적 필요성과 재정 부담이 맞서는 영역이라면, 난임 치료는 출산 지원이라는 정책적인 목표 아래 이미 보험 체계 안에서 단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은 체외수정·인공수정 등 난임 시술에 대해 비급여로 발생하는 본인 부담분을 보전하는 구조로, 출산당 최대 25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한의학 난임 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질문하면서, 난임 지원 정책이 의료 영역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의학 난임 치료의 경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 사업 형태로 시행되고 있으며 한약·침구 치료 등을 병행해 임신률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다. 난임 인구가 증가하면서 난임 치료 수요가 커짐에 따라, 양방을 넘어 한의학 난임 치료를 찾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한의학 난임 치료의 보험 급여 적용 필요성이 거론되자 한의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석희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난임 치료는 한의계가 임상적으로 가장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시험관 시술 실패 이후 한의학 치료를 통해 임신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한의진료지침이 마련돼 있고, 정부 주도의 한의학 난임 임상사업 성과 발표도 진행된 바 있어 객관적 임상 근거는 충분히 축적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는 한약이 비급여 항목이다 보니 비용 부담으로 치료 기회를 놓치는 분들도 계셨다"며 "한의학 난임 치료에 보험이 적용되면 한의계가 난임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할 적정성이 있는지와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토 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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