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가치가 1450원대로 치솟으면서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식품·외식업계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7.5로, 전달 대비 0.5% 올랐다. 유지류·유제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19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14~2016년 평균을 100으로 두고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발표한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먹거리 물가도 따라 오른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코로나 19 이후 환율이 지속해서 오른 시기(2020년 1월~2023년 4월)에 환율이 국내 식품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니, 환율이 1% 오를 때 식품 물가는 0.5% 정도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버티고 버티다가 가격을 올린 기업들도 많은데 고환율이 장기화해 내년에 가격을 또 올려야 하면 소비자 저항이 심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수출 기업은 비교적 ‘안정’…장기화엔 우려
수출 비중이 크거나 해외에 생산 기지를 마련한 업체들은 그나마 좀 낫다. 매출 중 해외 비중이 40%에 이르는 농심은 미국 등 해외 법인에서 원재료 구매후 생산·판매를 다 하기에 환율 영향이 크지 않다. 올 3분기까지 매출의 77%가 수출인 삼양식품은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라면을 만들어서 다시 수출한다. 원재료를 비싼 값에 수입해도 수출로 손실을 상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다른 모든 변수가 동일할 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 정도 늘어난다”고 밝혔다.
마트도 과일·축산·수산 등 ‘물가 잡기 궁리’
대형마트도 과일·축산·수산 등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수입 시점도 조정하고 있다. 가령 냉동육은 장기 보관이 가능해 환율이나 관세를 고려해 통관 시점을 조정한다. 반면 바나나·오렌지같은 수입 과일이나 냉장육은 매주 수입량을 정하기 때문에 환율 인상이 원가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이마트 관계자는 “환율과 다른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바로 판매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제품 등은 수입국을 호주와 뉴질랜드로 확대해 물건을 구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바나나, 체리 수입품 중 알이 다소 작은 과일을 ‘B+급 상생 물량’으로 판매한다. 이달부터는 미국산 소고기를 대체할 캐나다산 소고기 물량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