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 주의회 의원 3분의 1, 텍사스 밖으로 탈출… 왜?

2025-08-04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안 표결 앞두고

“나쁜 게리멘더링” 민주당 의원들 불만 폭발

복귀하지 않으면 정족수 미달로 표결 불성립

미국 남부 텍사스주(州) 주의회 하원의원 51명이 주 바깥으로 줄행랑을 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전부 민주당 소속으로, 현재 텍사스는 주지사와 주의회 하원을 전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탈출 행렬에 가담한 주의원들은 언론을 향해 “공화당에 유리한 연방의회 하원의원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호소했다.

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주 초로 예정된 텍사스 하원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변경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주의원 51명이 종적을 감췄다. 텍사스를 떠나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간 이들은 앞으로 최소 2주일 동안 시카고에 머물면서 텍사스 하원에 복귀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변경안 표결을 위해 소집된 특별 의회 회기가 2주일 뒤면 자동으로 종료하기 때문이다.

텍사스 하원의 주의원 정원은 150명이다. 그런데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변경안을 표결에 붙이려면 주의원 전체의 3분의 2(100명) 이상이 회의에 출석해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 민주당 주의원 51명은 바로 이 점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의원이 99명뿐이면 정족수 미달로 표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변경안 표결을 위한 특별 의회 소집을 요청한 이는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애벗은 트럼프와의 협의를 거쳐 최근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변경안을 공개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구를 쪼개거나 그 일부를 다른 지역과 합쳐 새 지역구를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변경이 이뤄진다면 다음 총선에서는 공화당 의석이 최대 5석 늘어날 수 있다”며 “전형적인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특정 정파에 유리한 자의적 선거구 조정)”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만족감을 드러내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표결을 무산시키려는 민주당 주의원 51명의 집단 행동에 텍사스 주정부는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법률에 따라 이들에겐 무단으로 의회에 불출석한 기간 1일당 500달러(약 7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주정부 법무부는 “단순히 정족수 미달만을 노려 의회를 이탈한 주의원들은 체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텍사스 민주당 주의원들은 이번과 같은 부당한 안건을 놓고 표결에 참여할 수 없음은 물론 표결 성립조차 두고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들은 언론에 낸 성명에서 “우리는 주의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우리는 우리가 대표하는 시민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 왜곡된 제도를 상대로 파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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