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T·벤처기업의 연봉 인상률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영관리와 개발자 직군에서 이같은 흐름이 두드러졌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한 기업이 늘면서 경력직 구직자의 연봉 협상력이 약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추진을 보류하는 등 보수적 경영 기조는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연봉 동결에 만족하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원티드랩과 함께 2024년 IT·벤처기업의 연봉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연봉 인상률은 3%로 조사됐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연봉 인상률이 직군별로 편차는 있지만 약 8~10%를 기록한 것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해당 조사는 약 3만9000건의 이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동안 연봉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개발 직군과 경영·비즈니스 직군에서 연봉 흐름 위축이 두드러졌다. 2024년 개발 직군의 평균 연봉은 7781만 원으로 지난해 7561만 원에 비해 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년도에 약 8%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반토막이 난 것이다.
대부분의 관리직이 포함되는 경영·비즈니스 직군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해당 직군의 2023년 평균 연봉은 6815만 원이었지만 지난해는 6802만 원으로 소폭 줄었다. 2023년 연봉 인상률은 7.4%에 달했지만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바람의 1차 타깃이 되며 ‘몸값’이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디자인 직군 등은 연봉이 전년도에 비해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안 직군의 2024년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5863만 원으로 조사됐다. 2023년의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3.2%오른 5631만 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신규 사업마저 보류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경력직 지원자는 늘어난 반면 채용 수요는 줄어드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 채용 플랫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기업이 늘면서 채용을 최소한으로만 실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경력직 지원자는 증가하면서 일부 구직자(AI 개발자 등)를 제외하고 연봉 협상력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조가 올해 역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티드랩이 올해 1월 실시한 '2025 채용 시장 서베이'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의 약 70%는 '2025년 이직 시장은 2024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23년까지는 생성형 AI 등장 등에 발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경력직 채용 수요가 상당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현재 서비스를 유지만 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직전 직장 연봉을 맞춰 줄 수 있을 정도로 실적이 좋은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여서 구직 시장에 나온 기획자 등은 연봉 상승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