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은 ⑧] "尹 보기 싫다" "李 너무 싫다"…마음 둘 곳 없는 서울 민심

2025-01-31

"계엄으로 안 좋던 경기 더 악화

尹, 이 모양 이 꼴 될 줄 몰랐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도시 서울에는 '깍쟁이'만 살지 않는다. 고향과 서울 어디서도 온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A씨, 고향보다 서울이 더 아늑한 B씨. 스스로를 갈아내다 지쳐 고향에 안기고 싶은 C씨. 서울 사람은 다양하다.

다양성을 반영하듯 서울을 상징하는 정치적 색깔은 없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부대껴 사는 서울은 현안별로 다른 색을 띠는 일이 빈번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불러온 불확실성을 평가하는 입장도 제각각이었다.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황모(63세·남)씨는 "안 그래도 안 좋던 경기가 더 안 좋아졌다"며 "장사하는 사람들끼리 한숨만 쉰다"고 말했다.

황 씨는 계엄 당일 헬기 소리를 들었다며 "TV를 보고 왜 소리가 나는지 알았다. 군까지 동원한 건 작정했다는 이야기 아니냐.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하는 짓을 보면 대통령이 오죽했을까"라면서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계엄 여파로) 경기가 이 모양 이 꼴 될 줄 몰랐나. 꼴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전문가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비상계엄 선포 대가를 앞으로 5100만 한국인이 할부로 치러야 될 것'이라고 했었다.

"사람에 충성 않는다던 尹

사랑에 충성해 계엄 선포"

고령층선 尹 지지 목소리도

서울역에서 만난 김모(35세·여)씨는 "대통령 언행과 사고방식은 충격의 연속"이라며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는 뭐가 되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대통령이 사랑에 충성해 계엄을 선포한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항변하는 '계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지만, 일부 시민들은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울 토박이라는 이모(71세·남)씨는 "나라를 걱정하는 (대통령) 마음을 이해한다"며 "(계엄 선포가) 민주당 폭주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정치권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끌고 온 점을 평가하기도 했다.

성북구에서 자취 중이라는 대학생 서모(23세·남)씨는 "민주당이 문제라고 해도 계엄이라는 극단적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윤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은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차기 대통령감? 모르겠다"

"與, 한동훈 포용하면 '플러스'

하지만 그렇게 못할 듯"

시민들은 차기 권력 향배에 대해선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성 지지층에 함몰된 여당에 혀를 차면서도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연휴를 맞아 딸과 함께 종로구 삼청동을 찾았다는 60대 가정주부 김모 씨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국민의힘) 현수막을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책임을 다했느냐"며 "정신 못 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의 딸(30대)은 "여당도 여당인데, 이재명 대통령은 상상도 하기 싫다. 너무 싫다"며 일그러진 얼굴로 손을 저었다. 다만 '차기 대통령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악구 신림역 사거리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여성 김모 씨는 "제1당에서 대통령이 안 나오면 난리를 겪는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안 된다. 죄지은 사람은 감방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이 있어서 박근혜 때와 달리 윤석열에 대한 '처리 속도'가 늦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조기 대선을 막는 차원에서 '윤 대통령 사법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외연 확장에 도움되는 인사를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인 최모(36세·남)씨는 거리에 내걸린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지지 현수막'을 가리켜 "계엄에 확실히 반대했던 한동훈은 '명분'이 있지 않은가"라며 "(여당이) 윤석열에 선 그은 한동훈을 포용하면 플러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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