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을 승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감찰 결과 각종 비리 혐의로 직무가 정지되고 수사까지 받게 된 인사의 연임 길을 열어준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체육회가 스스로 비위와 전횡의 복마전임을 인정한 꼴이다. 8년 재임 동안 체육회를 ‘패거리’ 조직으로 만든 이 회장의 ‘셀프 면죄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개혁·변화하기는 어려운 조직임이 분명해졌다. 철저하고 강도 높은 수사로 비리를 뿌리 뽑고, 대대적인 체육회 쇄신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연임 도전을 승인했다. 체육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으나,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3연임도 가능하다. 앞서 정부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뇌물),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배임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 회장은 2022년 국가대표 선수촌에 자녀의 친구를 채용하도록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반대한 사람들을 강등·좌천시켰다. 고교 후배에게 선수단 보양식·경기복 비용 8000만원을 대납시키고 올림픽 관련 중요 직위를 주기도 했다. 체육회 소유 물품 중 1700만원 상당 휴대전화 14대를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도 있다.
스포츠공정위는 연임 승인을 하면서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이 올림픽 참관단에 지인들을 포함시키는 등 온갖 물의를 일으킨 걸 생각하면 선수들이 땀과 눈물로 일군 성과를 가로채는 것에 불과하다. 이 회장과 체육회의 후안무치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스포츠공정위 위원 15명은 모두 이 회장이 선임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러니 체육회가 이 회장 사조직에 불과하고 ‘셀프 연임’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체육회의 내부 자정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몇몇 인사들의 ‘비리 여물통’으로 전락한 체육회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선수들과 국민의 대한체육회로 돌려놔야 한다. 경찰은 고강도 수사로 체육회와 체육계 비리·부조리를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 문체부도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고, 체육회가 투명하고 책임 있는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체육계 성폭력 사태 때 확인된 것처럼 독립적인 윤리심의 기구도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