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적 자금으로 설립한 강원랜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카지노가 있다. 이곳에서 게임을 하면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비례해 콤프라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카지노 안에서는 쓸 수 없지만, 강원랜드를 비롯해 그 일대 숙소나 식당, 가게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우대나 공짜를 뜻하는 영어 단어 complimentary에서 따온 이 지불 수단의 정식 명칭은 하이원 포인트. 카지노 방문객들은 포인트가 덤으로 쌓여서 좋고, 덕분에 지역에서는 상권이 살아나는 일석이조의 구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콤프는 카지노 도박에 중독된 이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콤프깡의 형태로 많이 거래된다. 헐값에 포인트를 팔아 다시 카지노 도박에 투자하고 그렇게 생긴 콤프를 다시 현금화시키는 무한 반복의 굴레. 콤프깡은 단속도 쉽지 않고, 상인들은 도리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콤프 사용 한도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마치 같은 그림 세 개가 나와야 잭팟이 터지는 슬롯 게임의 승률만큼이나 해법도 희박해 보인다.
곽동경의 슬롯 연작은 이처럼 콤프를 매개로 한 지역 경제의 이면과 오작동을 시각적으로 추적한다. 석탄에서 관광으로의 산업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의 변화는 꽤 모순적이다. 석탄은 채굴 자체가 돈이 되지만, 관광은 돈이 되기 전까지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구조도 다르다. 카지노의 수익을 관광 산업에 재투자하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특색을 살린 동화를 창작하고 그에 어울리는 테마파크까지 건립해도 인기가 없어 흉물로 전락하는 식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흉물처럼 방치되었던 옛 광부들의 목욕탕은 유명 드라마 세트장으로 쓰인 뒤 인기를 끌자 갑자기 부자연스러운 관광지로 조성되기도 한다. 과거의 영화를 안고 라스베이거스만큼의 관광지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소도시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카지노에 왔다가 유령처럼 머물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목격되는 풍경들은 이처럼 부자연스럽거나 생경하고 한편으로는 쓸쓸하다. 저당 잡힌 차들이 흡사 맑은 날씨에 근교로 나들이 나온 차들의 주차 행렬처럼 보이는 것만큼이나.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