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되면 괜찮은데 문재인 되면…” 3212쪽 통일교 ‘TM문건’, 스모킹 건 될까

2026-01-02

분량만 3212쪽. 책으로 치면 ‘10권짜리 전집’ 같은 양. 내용은 정치인들과 만남·일정 보고부터 정치권 지라시(정보지) 같은 내용, 해외 주요 국가의 정치·경제·사회 정보까지 총망라.

백과사전이나 매달 나오는 잡지를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이른바 ‘TM 특별보고’ 문건이라는 것입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간부들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보고했던 문건입니다.

TM은 통일교에서 한 총재를 부르는 ‘참어머님(True Mother)’을 줄인 말이라고 하죠.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거의 10년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이 문건이 최근 화제입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통일교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고스란히 여기 적혀있다고 하는 데요. 국회의원부터 대통령, 경제인, 해외 주요인사들의 이름과 그들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문건에서 튀어나오자 세상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모두 어프로치(접근)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 문건을 보니, 지난 10년의 세상을 총망라한 한 권의 책 같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경찰이나 과거 국가정보원 같은 정보기관의 보고 문건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요. 2016년부터 2023년까지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비롯한 통일교 간부들이 한 총재에게 했던 보고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원고지 기준으론 1만8300장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보고의 종류는 정계 동향 파악부터 교단 행사 현황까지 총망라돼 있었습니다.

정계 이모저모부터 통일교와 연관된 국내외 이슈까지

먼저 가장 눈에 띄는 한 대목을 펼쳐보겠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전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죠. 그 이슈에 대해 한학자 총재는 어떤 보고를 받았을까요? 2017년 ‘정가 이모저모’란 소제목 아래 이런 보고가 나옵니다.

탄핵 심판 선고 시점 관련해 현재 거론되는 게 10일 또는 13일(이정미 재판관 퇴임 당일)임. 일부 판사들에 따르면 헌재가 퇴임일 당일에 선고하기보다는 10일에 선고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있음. 혹시라도 선고 이후 결정문에서 실수가 발견될 경우 이를 경정(更正) 해야 하는데, 이정미 재판관이 비재판관 신분이 된 상태에서 경정을 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퇴임 사흘 전 파면됐습니다.

같은 소제목 아래엔 당시 바른정당 A의원과 만난 후의 정보 보고도 있는데요. ‘유승민도 아직 엘리트 의식 귀공자 스타일 못 버려’ ‘민주당 내 비주류는 여차하면 김종인과 함께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기류라고’ ‘안희정이 되면 괜찮은데 문재인이 후보 돼 집권할 경우 친문 패권세력이 자신들을 가만히 안 놔둘 것이라는 판단에서란다’와 같은 정치권 뒷얘기들이 여럿 나옵니다.

오는 10월31일의 중의원 선거에 신일본 대륙의 조직을 들어 우리와 가까운 279명의 자민당 의원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현 의회의원, 시의회의원 등의 식구의 지방 의원은 전국에 100명 정도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정식 식구 국회의원은 없습니다. 그것이 금후의 숙제입니다.

한국보다 통일교의 영향력이 탄탄한 국가가 바로 일본인데요. 통일교 간부들은 일본 정치의 흐름도 파악해 한 총재에게 보고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2022년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 대한 일본인 통일교 간부의 서신 보고 내용입니다.

통일교 관련 국내외 이슈도 나옵니다. 2022년 아베 총리 총격 사건과 관련해 ‘매일 같이 국회의원이 매스컴으로부터 우리(통일교)와의 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대부분 자민당 국회의원’이라며 ‘많은 국회의원들은 [배후에 통일교회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선거 응원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하고 도망치는 듯한 반응을 하는 국회의원이 대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통일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보이지 않는 내용도 더러 있었습니다. 2016년쯤 작성된 보고로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 리카싱이 눈에 띄었는데요. ‘리카싱 회장 습관’이라며 ‘소박한 생활, 기부의 습관, 동업불가 6원칙(육불합 칠불교·6가지 종류의 사람과 사업을 동업하지 말고 7가지 종류의 사람과 사귀지 말라는 뜻)’이란 내용도 적혀 있었습니다.

2021년 3월25일 보고엔 ‘세상만평’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ICBM 화성 17형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어떤 보고를 했는지는 문건에 안 나와 있네요. 보고 이틀 전인 2021년 3월23일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유죄판단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벌금과 추징금을 내지 않아 검찰이 그의 내곡동 자택을 압류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네요. 한 총재가 받은 보고도 같은 내용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러 언론이 잇따라 ‘단독 보도’로 전하고 있는 이 TM 특별보고. 한 총재 측은 뭐라고 할까요?

“이 문건 전체를 한 총재가 다 보고 받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보고엔 내부 행사 진행 현황을 비롯해 통일교 법인 현황 등 내밀한 내용도 많았습니다. ‘성화축제 예산 및 진행 현황(2016년)’ ‘오늘 보고서는 <화인회(세계평화중국인연합회)> 2022년 활동계획과 예산에 관한 것을 간략하게 적은 것’ 등 한 총재에게 예산을 보고한 듯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이 문건을 경찰도 저희처럼 ‘정독’하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 문건이 통일교 수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입니다. 불법적인 정관계 로비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지 여부가 가장 쟁점이 될 것 같네요.

최근 경찰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을 포함해 통일교 인사 4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후 영수증·품의서에 이름을 올린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만 우선 기소했습니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해선 아직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문건은 통일교 수사의 단초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문건 내용이 어느 정도 한 총재에게 보고됐는지, 이 보고를 바탕으로 한 총재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에 대한 정황을 밝히는 것이 향후 통일교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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