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유사시 25분 내 병원 이송"…APEC 현장 뛰어든 K의료인들

2025-10-29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더 나은 과정과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료총괄책임자(CMO)인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각오다. 올해 APEC 정상회의를 위해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2만 명이 경북 경주를 한꺼번에 찾는다. 주요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경주 의료 현장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생화학 테러 등 돌발 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류 교수는 지난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의료 제공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이 참석한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의료 대응의 중요성도 커졌다.

류 교수는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는 화학·폭발 사고나 생화학 테러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의료 인력 333명과 통역·행정 인력을 포함해 총 400명이 투입됐다. 여러 차례 도상 훈련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APEC 정상회의 기간 다수 사상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24시간 재난 의료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중증도에 따른 응급 환자 분류는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받기 위한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경험이 풍부한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24시간 의료상황실에서 119구급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환자 중증도를 분류한다. 환자 이송 및 치료를 위한 협력 체계도 마련됐다. 경주를 중심으로 전국 29개 병원이 환자를 분산 수용하는 구조다.

APEC 기간 발생한 중증·응급 환자는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이 치료를 전담한다. 경북대병원은 심근경색, 급성기 뇌졸중, 중증 외상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응급 질환에 대비해 순환기내과·신경과·신경외과·외상외과 등으로 구성된 최종 치료팀을 24시간 대기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예비 병상 50병상을 확보해 응급실 과밀화에 대비했다.

빠른 이송을 위해 APEC 정상회의장 인근에는 소방헬기 2대가 상시 대기 중이다. 원스톱 진료체계가 구축된 셈이다. 류 교수는 "헬기 이송 시 병원까지 약 25분 걸린다. 응급 이송 체계를 완비했다"고 말했다.

정상급 인사를 위한 전용 치료 공간도 마련됐다. 동국대경주병원은 VIP 병동을 운영하며 수액 투여 등 비응급 치료를 맡는다. 류 교수는 "각국 정상 등 VIP의 동선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대구로 굳이 이송할 필요가 없는 VIP들이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기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운 날씨로 코로나19나 독감 등 감염병 확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의료지원단은 숙소와 현장 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배포했다. 경북대병원이 자체 개발한 식중독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류 교수는 "환자 발생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감염성 질환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K의료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류 교수는 "어떤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문제없이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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