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의 재탄생, 김 장아찌

2024-07-03

일주일에 하루, 빽빽이 묶인 두툼한 마른 김 봉투를 뜯어 일주일 치 김을 직접 구웠던 어릴 적 엄마 기억. 기름 쓱쓱 발라 얕은 열에 스르륵 굽고 소금 후두둑 뿌려주면 끝. 고소한 향기가 진동하는 ‘엄마표 김구이’하는 날이면 가스레인지 곁에 붙어 서서 떨어질 콩고물, 김 부스러기만 기다리곤 했다. 구워서 바삭바삭해진 김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들을 모아 모락모락 김 오른 밥과 돌돌 뭉치면, ‘세젤맛’ 주먹밥 탄생. 그 뜨거운 맛이 식은 후에 먹는 김구이보다 100배쯤 더 맛있었달까.

먹기 좋게 겹겹 포장되어 나오는 도시락 조미김이 흔해지기 전, 김구이란 당연하게도 엄마가 집에서 구워주는 것이 전부였다. 한 장, 한 장 굽는 수고는 알지도 못하고, 부엌 한편에 지키고 서서 엄마의 느린 손을 타박만 했다. 빨리빨리 주먹밥을 먹고픈데 왜 세월아, 네월아, 오래도 걸리는지 마음이 다 초조했더랬다. 그렇게 구워내는 일주일 치 김이 도대체 몇 장인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어린이. 이제 다 자라 주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김 직접 굽는 수고를 감당할 자신은 없더라.

김은 원래 짧은 모양의 ‘원초’다. 이 원초들을 수확해 얇게 펴서 말린 것이 재래김 혹은 돌김 등의 우리가 ‘김’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김’이다. 원초에 따라 방사무늬김, 잇바디돌김, 모무늬돌김 등으로 분류되는데, ‘재래김’이나 ‘김밥용 김’은 방사무늬김으로 만들고, 재배 방식이 까다로워 소량 생산되는 잇바디돌김은 고급스러운 ‘곱창김’으로, 모무늬돌김은 땡땡한 맛이 매력적인 ‘돌김’으로 시판된다. 김 원초에 섞어 말리는 것에 따라 파래김, 감태김 등 다른 이름의 김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수산양식업 중 가장 역사가 길다는 ‘김’은 조선시대 김씨 성을 가진 어부가 양식하기 시작해 ‘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아, 물론 그 유래는 더 오래되었다.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이 까무잡잡하고 미끌거리는, 보기에 호감상은 아닌 이 해조류(실은 해조류 중 붉은빛을 띠는 홍조류로 분류된다)를 그리 오래전부터 먹어왔고, 지금까지 즐겨 먹는 반찬이 되었다는 것이, 나아가 수출 효자 품목으로 국위 선양 중이라니 신기하기만 하다. 하긴,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어!” 같은 슬로건은 감자 과자가 아니라 김구이에 딱 맞는 말일는지도.

김값이 올랐다는 기사들이 수두룩해, 1+1 도시락김을 두둑이 쟁이면 마음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우리 집 초등학생은 김 한 통에 밥 한 그릇 뚝딱하는 어린이라 김이 떨어지면 아주 큰 일이 나기 때문. 직접 구워줄 용기는 없으니 자본주의의 쓴맛을 보고야 만다.

그렇게 쟁이는 와중에 어쩌다 마른 김 증정이 같이 오면 찬장 한 켠에 모아두곤 했는데, 올해는 일찍 다 꺼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불볕 여름에 뭉그러지고 눅눅해질 마른 김들이 또 아까워서다. 여름을 수월히 견디지 못하는 마른 김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지인에게 귀동냥한 ‘김 장아찌’ 레시피를 꺼내 보았다. 먹기 좋게 잘라, 끓인 간장 양념을 부어주면 완성! 한 장, 한 장 떼먹는 재미가 있는 색다른 요리다.

바삭바삭한 조미 김에 길든 어린이가 유심히 쳐다보더니, 그래도 김이라고 젓가락을 들이댄다. 깻잎 논쟁 저리 가라, 낱장씩 떼어내기가 힘든지 여러 장 뭉탱이로 들어 밥 위에 얹어 먹는다. 조미 김 바스러지는 소리 대신 입안에서 흐물텅하게 녹는 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가 보다. 또다시 젓가락을 들어 밥 위에 척- 얹는다. 제법 먹는 방법이 생겼는가, 식탁 위 반찬 그릇에 오가는 젓가락질 숫자를 세던 엄마는 그저 웃을 뿐. 색다른 매력으로 꽤나 중독적인 ‘김 장아찌’ 만드는 법, 상세 레시피는 하단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김 장아찌 재료

주재료 = 김 10장(20g), 대파(흰 부분) 4cm(20g), 마늘 2개(10g), 양파 1/6개(50g), 편 썬 생강 1개(5g)

양념 = 새미네부엌 진간장 2/3컵(133g), 설탕 4스푼(41g), 물 1.25컵(250g)

부재료(생략 가능) = 청양고추 1/2개(5g)

✅김 장아찌 만들기

1, 김을 원하는 크기로 자른다.

2. 냄비에 진간장, 설탕, 물, 대파, 마늘, 양파, 생강, 청양고추를 넣어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인 후 끓인 재료는 체로 건지고 식힌다.

3. 보관용기에 ①을 차곡차곡 담고, ②의 양념을 3~4번씩 나눠 김에 양념이 촉촉하게 잠길 수 있도록 붓고, 밀폐한 다음 냉장고에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완성!

■자료 출처: 누구나 쉽고,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가 즐거워지는 샘표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www.semie.cooking/recipe-lab)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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