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탈환]③ 5년간 6만명 부족...'인력 가뭄' 경고

2024-10-16

2029년까지 5만9000명 필요

가동예정 팹만 123곳...美·日도 인력난

매력도 떨어지는 韓...노동 유연성 필요

"고소득자 52시간제 제외해야" 목소리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이 다가왔다.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오는 2029년까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5만9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5.8%의 고성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반도체 패권 국가들의 인재 확보 다툼도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향후 10년간 4만명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고,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오는 2029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에 14만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가동 예정인 반도체 공장은 세계 곳곳에 123기로 인력 수급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지상 과제다.

당장 우리나라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위스국가경영개발원(IM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해외 인재풀 활용도에서 67개국 중 35위를 기록하며 미국(14위), 대만(15위), 일본(19위)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전문인력 유입이 낮은 가장 큰 이유로 타국 대비 낮은 과학기술 생태계의 매력도, 미비한 전문 취업비자 발급 제도 등이 꼽힌다.

미국과 대만은 각각 최첨단의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중국은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대학과 대학원의 과학기술 분야 생태계 자체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자나 정주환경 개선, 인센티브 체계 수정만으로는 해외 인재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한 특별 대담에서 "실질적인 유의미한 산·학·연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100만 대군이 항상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며 "누가 어떤 전략으로 자기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고 어떻게 협력하고 뭉치느냐가 이 같은 패권 경쟁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 기술들은 한 회사가 다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회사와 연구소, 대학 사이 장벽을 낮춰 소통하고 협력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형 고소득자 근로시간 제한 면제(white-collar exemption) 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당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소득 상위 3% 이내' 고소득 근로자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제외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미국(연봉 10만7432달러 이상)이나 일본(연봉 1075만엔 이상) 등 주요 선진국도 일정 기준 이상의 고연봉 임원이나 직원들은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서면 동의 이후 근로시간을 한도 초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높은 근무 강도로 악명이 높지만 정작 이직률은 지난해 기준 5.3%로 미국 전체 반도체 산업 이직률(17.7%)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국내 인재 양성 및 관리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장시간 근로의 부작용 개선 등을 위한 '52시간 근로' 제도가 필요하지만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초격차 및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동 유연성 제고 또한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도시바와 인텔 사례는 한때 확고해 보이는 시장 지배력도 기술 혁신 실패와 투자 또는 지원 실기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교훈을 깊이 새기고,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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