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세엔 역공, 민감 질문엔 “北 본다”…정진석 국회 데뷔전 선방

2024-07-02

“저 사진 속의 장소나 여사님의 책상다리 하고 있는 자세, 옷매무시, 표정, 이런 것들이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하는 중요한 공식 기록물을 받는 공식석상으로 보이느냐. (중략) 공식 국가의 기록물을 주고받는 품격 있는 자리로 보이느냐?”(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저 사진을 가지고 영부인의 품격을 논할 만한 사진은 아닌 것 같다.”(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영부인의 품격이 아니라 대통령 기록물을 주고받는 품격 있는 국가의 자리로, 의상이나 공간의 이미지나 그렇게 보이느냐?”(윤종군 의원)

“저 사진이 무슨 영부인의 품격과 관계가 되는 사진이냐.”(정진석 비서실장)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비서실장과 윤종군 의원이 주고받은 질의응답의 일부다. 이 대화는 윤 의원이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주며 몰래 촬영한 영상의 일부를 회의장에 띄어놓고 디올백이 대통령 기록물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운영위 회의 다음날인 2일 여권에선 이 장면이 회자됐다. 운영위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사진만 PPT로 3번 정도 나온 것 같다”며 “어떤 의도로 민주당에서 그렇게 했는지 짐작은 가지만 국민이 보기에 어떻게 생각했을지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 국회에서 과연 저래도 되는가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참모는 “5선 국회의원 출신 비서실장의 관록이 느껴진다. 나 같으면 흥분했을 것 같은데 차분하게 반박하더라”고 말했다.

22대 국회 첫 번째 운영위를 치른 정 비서실장에 대해 여권에선 대체로 “선방했다”는 말이 나왔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나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 현안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공세가 거셌지만 정 비서실장이 적절히 대응하며 관련 의혹이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 비서실장이 정치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운영위가 문제 없이 잘 끝난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선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예민한 질문은 노련하게 피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가 끝날 무렵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유선전화(02-800-7070)가 윤 대통령이 쓰던 번호인지 묻는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실의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지금 이 회의를 실시간으로 북(北)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의지한다. 극우 유튜브 시청을 줄이도록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엔 “윤 대통령은 현재 필요 이상으로 유튜브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고 비껴가기도 했다.

일부에선 운영위 출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운영위는 지난달 21일 대통령실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받으려다 무산되자 지난 1일 회의에 대통령실 참모 18명을 증인 채택 형식으로 회의에 참석시킨 뒤 회의 시작 뒤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그렇게 출석했지만 일부 참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 참모는 “핵심 참모 모두를 하루 종일 앉아 있게 했는데, 왜 다 나오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생수병 반입도 못해서 물도 못 마시고 종일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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