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화가이자 작가예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 대부분 그 능력이 사라져요. 이유가 뭘까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에게 상상력의 비결을 묻자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사람은 누구나 그리고 쓰는 능력을 타고났지만, 일부만 그 능력을 간직한다는 얘기다. 그가 수많은 아이와 그림을 그려본 결과, 이 차이를 가른 건 마음가짐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즐겼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뭔가 거창한 것을 보여주려고 한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다.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여겼고, 그렇게 상상력에서 멀어졌다.

그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항상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이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펴낸 책만 57권이 넘는다. 그 역시 처음부터 그림책 작가로 성공한 건 아니었다. 영국 리즈 미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병원에서 수술 장면을 그리거나 연하장을 만드는 게 그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순간에도 상상력을 잃지 않았다. ‘인체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일이 지루해서’ ‘카드가 한 번 보고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림에 이야기를 불어넣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그림책 작가가 됐다. 『고릴라』(1983), 『동물원』(1992) 등으로 호평받으며 2000년 아동문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고릴라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한국어판과 영어판 그림책은 물론, 책을 토대로 만든 전시·연극·뮤지컬도 인기다. 그의 이야기는 전 세계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의 마음마저 사로잡는다. 이유가 뭘까? 그가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상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지난 13일 그를 만나 물었다. 그는 ‘앤서니 브라운 전: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방문차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Intro. 마르지 않는 상상력 비결
Part 1. 일상에서 단서 찾아라
Part 2. 그림 이어 그리기 즐겨라
Part 3. 자기 스타일로 재해석하라
🔍️일상에서 단서 찾아라
앤서니 브라운 작품은 그림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된 『돼지책』(1986)이나 오색찬란한 『사냥꾼을 만난 꼬마곰』(1979)을 보면 한 작가가 그렸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다루고 있는 메시지도 각양각색이다. 『돼지책』에서는 집안일을 모두 아내와 엄마에게 맡겨둔 남편과 아들을 따끔하게 꼬집고, 『사냥꾼을 만난 꼬마곰』에서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마술연필을 들고 숲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이처럼 전혀 다른 결의 그림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그는 “주위의 모든 것을 최대한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게 창작의 비결”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경험한 일들부터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일, 다른 사람의 이야기, 영화나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낀 감상 등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다 어느 순간 꼭 맞는 이미지를 만나면 정박하는 것이다. 『돼지책』은 당시 이웃에 살던 가족이 모티브가 됐고, 『꼬마곰』은 연하장에서 그렸던 캐릭터에서 발전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순간이 그의 눈에 포착되는 순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로 변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