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뛰어든 뒤 못 떠나고 늙어"…자영업 37% '60대 이상' [창간기획, 자영업 리포트]

2024-09-24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두 달간 인터뷰한 서울 관악구 대학동 녹두거리 자영업자 32명의 평균연령은 58.1세다. 최고령자인 황해도빈대떡 전정숙씨는 77세에 이른다. 취재 대상을 나이 순으로 따져 선별한 것이 아닌데도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60~70대였고, 평균값도 환갑에 가까웠다. 이곳에 유독 고령 자영업자가 많은 걸까.

통계청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지난 6월 기준 자영업자(이하 농어민 제외)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60대 이상’이었다. 2000년 17.6%로 ‘20대 이하’를 제외하면 꼴찌였던 이 연령대의 비중은 24년 만에 37.3%로 폭등했다. 50대가 27.4%로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 3명 중 2명꼴로 50대 이상이라는 의미다.

1970~80년대만 해도 자영업의 주류는 청장년층이었다. 1981년에는 자영업자들을 나이별로 줄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위연령이 40세였다. 하지만 이 지표 역시 지난해 52세로 뛰어올랐다. 전반적인 사회 고령화 추세에 부합하는 결과다.

지금의 고령 자영업자는 예전부터 자영업에 종사해 왔던 이들일까, 아니면 뒤늦게 자영업자가 된 이들일까.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자영업 노동시장의 변화와 특징’ 자료에 따르면 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2007년 기준으로 9.7%에 불과했던 ‘21년 이상 근속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 19.6%로 폭등해서다.

젊은 시절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오랫동안 자영업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95만 명이던 38~42세 자영업자는 10년 뒤인 2011년(48~52세)에도 89만 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지난해 같은 연령대(60~64세)의 자영업자는 62만5000명이었다. 젊은 시절 장사에 뛰어든 자영업자 중 70%가 여전히 자영업계에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70세 이상의 초고령층 자영업자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23년 기준 70세 이상 자영업자는 25만 명으로 전체의 5%에 이르며, 80세 이상 자영업자도 3만 명을 넘어섰다. 임 연구원은 “자영업계가 장기간 고령화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의 자영업 문제는 고령 자영업자 문제라고 단순화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고령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고속성장 이전에 태어나 재산을 충분히 축적하기 어려웠다. 연금액도 동년배인 임금 근로자에 비해 부실하다. 게다가 한국은 아직 복지망이 부실한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공공 사회복지 지출 순위도 OECD 최하위권이다. 상당수의 고령 자영업자가 망하는 즉시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부담이기도 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을 계속하길 원하는 분들은 망하는 걸 방치해 기초수급자로 만드는 것보다는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지원을 통해 계속 ‘고용 저수지’ 안에 두는 게 전체 복지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낫다”며 “소득은 줄고 비용은 늘어서 문제이니 세제 혜택이나 현금성 지원 등을 통해 비용을 좀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서 있는 폐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받은 ‘2023년 소상공인 재기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철거비, 원상복구비, 잔여 임대료 등 평균 폐업 비용이 1558만원에 달했다. 실제 관악구 대학동 녹두호프 점주 김례숙(69·여)씨는 원상복구비 800만원이 없어 폐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일보 9월 23일자 1, 3면 참조〉

또 조사 대상자의 64.3%는 폐업 시점에 부채가 있었는데 평균 부채 비용이 7829만원에 달했다. 폐업 시 대출의 상당 부분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부담이다.

정부는 250만원이던 폐업 지원비를 최대 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충분치 못한 금액이다. 오 의원은 “지원금을 최대 1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대출금 상환은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실적으로 400만원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다만 개인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실제 폐업 비용 영수증 등을 확인해 선별적으로 지원액을 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진석·조현숙·하준호·전민구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kailas@joongang.co.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