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참관인으로 참여해보니

2024-10-27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이 암 진단을 받는 순간, 충격과 불안이 시작되면서 부정하는 단계로 이어진다고 한다.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다시 확인하게 된다. 선거 결과도 본인이 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으면 부정하는 단계가 생긴다. 선거철마다 일부 세력들에 의해 벌어지는 부정선거 의혹은 열렬한 지지자일수록 잦은 편이다.

30년 동안 선거에 참여했지만, 선거 과정을 관찰할 기회는 없었다. 시민활동가로 일하면서 선거 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얼마 전 지인이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참관인을 해보라는 추천을 했다. 묘한 호기심으로 참관인 신청을 했다. 며칠 뒤, 10월16일 낮 12시30분까지 잠실의 한 투표장으로 출석하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투표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후, 간단한 안내와 설명 자료를 받았다. 정근식 후보자 투표참관인 자리를 안내받았다. 이곳은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투표장소다. 투표참관인은 총 4명이었다. 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신분증과 얼굴을 확인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평일이라 투표장은 한산했고, 관계자들은 낮은 투표율을 걱정하고 있었다. 교육감 보궐선거라 다른 선거에 비해 투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보였다. 낮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참관인 4명 중 2명이 투표종료 이후 올림픽 공원에 있는 개표장 투표함 이송에 동석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가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투표장에 나타났다. 아마도 만 18세가 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일 가능성이 컸다. 교육감 선거는 최소 고등학생 전체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감 선거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오후 6시가 되어서야 투표장에 사람의 발길이 많아졌다. 아마도 퇴근 후 참여하는 주민들로 추정되었다. 젊은 유권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투표장에 활력이 생겼다. 드디어 오후 8시가 되어 투표소를 찾은 모든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후 투표함 봉함이 이루어졌다. 봉함 종이 위에 개표 참관인 2명의 서명을 기재해야 했다. 직접 서명 했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투표소 외부에는 경찰 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표함 이송을 보호하기 위한 인원들이었다. 서류 정리 시간이 길어져 오후 8시20분이 되어서야 투표함을 들고 대절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공무원 이외에는 투표함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공무원 2명이 무거운 투표함을 들고 버스에 탔다.

올림픽 공원 개표소에 도착하니 송파지역 모든 투표함이 도착했다. 한 투표함을 공무원 2명, 경찰 2명, 참관인 2명이 에워싸고 있었다. 개표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무려 1시간을 기다린 후 우리 투표함을 마지막으로 개표소로 전달할 수 있었다. 이 과정도 관계 서류를 확인했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투표참관인 수당은 참관인 일당 10만원, 식사비 1만4000원, 투표함 이송수당 2만 원. 총 13만4000원이었다. 수당보다 선거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교육감 선거는 정근식 후보자의 당선으로 결론났다. 조전혁 후보자의 선거 사무실에서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정선거라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후보자는 개표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투표참관인을 하면서 철저한 투표 관리에 놀랐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새벽 4시30분에 나와서 준비했다고 한다. 무려 18시간을 투표준비와 진행을 한 것이다.

부정선거가 의심되는 사람들은 투표참관인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거를 믿지 못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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