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개 스타트업 뭉친지 8년 지났지만 규제 어려움은 그대로

2024-09-26

(사진=왼쪽부터 전성민 가천대 교수,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 박승진 아그모 대표)

“윤종신 좋니, 너무 좋은 곡이고 금융자산의 가치로도 좋은 곡이다. 그러나 좋니는 저희 플랫폼에서 상장폐지가 됐다. 이런 것이 규제의 애로사항이다. 뮤직카우는 증권으로 판단되어, 금융 규제 하에 있다. 그러다보니 신탁 수익증권이라는 구조 안에 들어오지 않는 곡은 상장폐지를 했다. 이렇게 뮤직카우에서 상장폐지된 곡이 100여 곡이다.”-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하나부터 끝까지 규제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다. 서울권에서 헬기를 한 번 띄우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정부기관 단체가 5~6곳으로, 일일이 만나면서 저희가 설득해야 됐다. 또 공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 항상 반기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계속해서 설득하고 설명을 하면서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26일 코리아스타트엄포럼(이하 코스포)이 출범 8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지난 2016년 50여개의 스타트업이 모여 시작한 코스포는 8년이 흐른 지금, 회원사가 약 2430개로 늘었다. 규모는 몇 배로 커졌지만, 여전히 스타트업 씬이 규제에 가로막혔다는 것이 코스포 측의 주장이다.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낡은 규제와 신산업 간의 충돌”이라며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규제의 장벽에 가로 막혀 혁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코스포 외에 원격의료, 리걸테크, 음악 저작권 플랫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규제로 인한 어려움과 현 상황 등을 공유했다.

주식처럼 음악 저작권을 사고파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뮤직카우는 수요가 높음에도 규제가 적용되는 곡을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는 “(윤종신의 곡 좋니는) 소비자 보호가 소홀하거나 저작권료에 문제가 있는 곡이 아니었음에도 자본시장법, 저작권법의 정합성이 제로에 가까워 (상장폐지를 하게 됐)다”며 “두 법을 적용받는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수익증권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보니 사용자들이 원하는 곡을 상장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헬기를 택시처럼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UAM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비에이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약 5개의 부처, 공공기관과 접촉해야 했다. 그러나, 규제가 없거나 기득권 서비스와 부딪힌다는 등의 이유로 신사업에 거부감이 있는 공공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비에이션은 오랜 설득 끝에야 지난 6월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아직도 많은 스타트업이 여전히 모비에이션의 전철을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리걸테크 로톡을 서비스하는 로앤컴퍼니는 제도에 부딪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위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보운 리걸테크산업협의회 정무이사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혀 성장하지 못하는, 족쇄를 풀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국에서 규제를 열어주고 사실상 다시 닫아버린 경우도 있다. 비대면 원격진료 서비스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며 허용됐다. 그러나 3년 뒤인 지난해,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이 격하되면서 비대면 원격 진료가 시범 사업으로 전환, 도서 산간지역 제한, 약 배송 금지 등의 제한 사항이 늘었다. 결국 원격 진료 서비스는 이전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정체됐다. 이렇듯 정책이 계속 변하면 그에 대한 타격은 해당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고스란히 입는다.

선재원 코스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정책적인 변화가 생기면 스타트업 입장에선 (서비스에) 큰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며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목적인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추가적으로 약 배송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으로 커나가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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