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수입안정보험이 예산국회에서 기사회생했다. 사업 기반이 취약해 대대적인 제도 확대가 어렵다는 야당 공세로부터 정부가 예산을 지켜냈다. 향후 농정당국이 수입안정보험의 본사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이런 우려를 불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수입안정보험 본사업 전환을 위한 예산은 2078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81억원)보다 25배 늘어난 액수다. 정부는 올해 시범사업 대상인 9개 품목은 내년에 본사업화해 전국 단위로 가입을 받고, 6개 품목은 시범사업 대상에 새롭게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3% 수준인 가입률은 25%(본사업 품목 기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예산심사 단계에선 위기도 있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야당은 사업의 급격한 확대를 졸속으로 규정해 감액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당초 국회에 제출한 규모의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눈은 제기된 우려를 정부가 해소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가장 큰 쟁점은 사업의 핵심인 수입 파악 체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다. 수입안정보험은 품목별로 농가 수입이 떨어졌을 때 평년 수입의 60∼85%를 보장한다. 이때 수입은 품목별 시장가격과 수확량을 곱해 산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가 수입을 자진 신고하고 이를 사후 검증하는 체계를 2027년까지 구축하되 그 전에는 손해평가 인력을 통해 실사한다는 방침인데, 야당은 손해평가 인력이 충분한지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실제 재해를 입은 농가만 실사하는 농작물재해보험과 달리 수입안정보험은 가입한 모든 농가의 수확량을 조사해야 해서 손해평가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농식품부는 “피해 평가와 보험금 산정은 보험의 핵심으로, 이게 불가능했다면 보상 상품을 팔겠다고도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거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도 필요한 손해평가 인력은 1주당 최대 8000명이며, 활용 가능한 인력은 1만1000여명 수준이다.
사업이 현장에 충분히 홍보·안내되는지도 중요하다. 당장 내년 4월이면 고구마·옥수수·벼·만감류 등의 가입이 이뤄지는데 각 품목별로 구체적인 보험 운용 방침은 내년초 농업재해보험심의회에서 확정된다. 본격적인 보험 홍보·안내는 그 뒤에야 가능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시범사업과 달리 내년부턴 상품 종류가 ▲과거수입형 ▲기대수입형 ▲실수입형으로 다양해지고 보장 수준에 따라 국고 지원율이 차등화되는 등 고민할 점이 늘어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안정보험은 가격 하락분을 보장하는 것 외엔 농작물재해보험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그동안 보험 운용 경험을 활용하고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현재 수입안정보험은 ‘농어업재해보험법’상 ‘시범사업’ 조항을 근거로 운용된다. 본사업화를 위해선 법적 근거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농어업재해보험법’의 제명을 ‘농어업정책보험법’으로 변경하고 농어업정책보험에 수입안정보험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긴 했다. 다만 최근 국회 상황이 예측 불가여서 법 개정이 언제 완료될지는 안개 속이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