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평 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는 자연재난이 결코 먼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습니다.
이번 폭우로 인해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연재난이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에서 닥쳐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은 재난 상황에서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피해는 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수준에 이릅니다.
장애인은 신체적·감각적 제약으로 인해 긴급한 대피가 어렵고, 재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각기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재난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화재와 같은 급박한 사고 상황, 폭우와 같은 기상재해뿐 아니라 감염병 확산, 사회적 고립과 같은 사회적 재난에서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먼저 고립되고 소외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 재난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가평 지역은 특히 산지가 많고 기상 재해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체계적 보호망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긴급 연락체계, 대피소 접근성, 이동 수단, 구조 인력, 정보 전달 방식까지 모두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첫째, 장애인 재난안전관리 조례 제정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의 재난 대응을 위한 기본 계획, 예산 확보, 교육훈련, 유관기관 협업 등을 규정한 조례가 있다면 각종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가 보장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자체와 지역 장애인 단체 간의 실시간 연락망 구축이 절실합니다.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하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일의 시작입니다. 장애 유형별로 특화된 대응 매뉴얼과 연락처를 사전에 확보하고 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셋째, 장애인을 위한 전문 자원봉사단체의 조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 가평 지역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 봉사조직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재난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장애인을 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평군은 장애인 재난대응을 위한 전문 봉사단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안전망을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넷째, 장애인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자조 모임’과 주민 대상 인식 개선 교육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기도장애인복지회 가평군지부의 ‘장애인후원회’ 설립은 단순한 조직 출범을 넘어, 지역사회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 연대와 지원의 첫걸음이자, 가평 지역에 필요한 봉사단체 형성의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도장애인복지회 가평군지부는 이번에 창립한 장애인 후원회를 바탕으로 봉사회를 설립해,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 활동에 본격 나설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재원 마련을 위해 관심 있는 개인과 기업들의 따뜻한 지원과 참여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장애인의 안전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며, 누구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평군이 재난 속에서도 소외되는 이웃 없이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지역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딛을 때입니다. 장애인이 안전해야 모두가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