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만능에 학원 강사가 해결사…사교육 띄우는 TV 예능

2025-08-07

‘일타맘’ ‘티처스2’ 등 과거보다 노골적으로 사교육 부각

전문가 “사실상 학원 홍보”…일부 학생엔 상대적 박탈감

사교육 업계 일타강사나 입시 컨설턴트를 패널로 등장시켜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가 갖는 중요성이나 현실적인 사교육 의존도를 감안하더라도, 이런 방송들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고가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일타맘>과 채널A <티처스2> 등 ‘교육 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모두 고가의 사교육을 ‘가격 대비 효과적’이거나 일반적인 학습 방법으로 묘사한다. 일례로 지난달 31일 방송된 <일타맘>에는 ‘엄마표 영어’로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게 된 중학생과 엄마가 등장했다. 이들은 영어책 독서로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과 함께 ‘해외 한 달 살기’ 경험을 소개했다.

초5 때 필리핀 세부로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도 알아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해외 어학연수를 ‘비용 대비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는 어학원 등록 시 월 600만원 비용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널들은 “가성비가 좋다” “나도 가고 싶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입시 컨설턴트는 방송에서 출연자들의 학습 고민 해결사로 그려진다. 첫 내신 시험을 치른 고1 학생이 보호자나 담임 교사와의 대화에선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하지만, 입시 컨설턴트를 만난 뒤에는 비로소 자신의 공부 문제가 무엇인지 자극을 받고 깨닫는 식이다.

방송에선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발판이라는 인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3일 방영된 <티처스2>에선 외고 전교 1등 학생의 고민을 다루며 담임 교사와 학부모 상담 내용을 공개했다. 담임은 “어머니가 한의대를 생각한다고 들었다”며 “매년 한의대 1명씩은 보내고 있기 때문에 한의대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외국어 인재 배출이 설립 목적인 외고의 교육 취지에서 벗어나는 말이다.

국제학교 진학이나 과도한 사교육을 ‘상위교육’인 양 포장한 연출도 두드러진다. ENA <내 아이의 사생활>은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유아 영어학원을 나와 국제학교에 다니는 이들끼리 해외여행을 가고 현지인들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국제학교는 1년 학비만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초3 자녀를 둔 오주연씨(43)는 “국제학교나 영어유치원에서 어릴 때부터 경험한 것들이 어른이 돼서도 자산이 될 걸 생각하면 우리 아이와 출발부터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방송들은 과거보다 노골적으로 사교육을 부각한다. 2019년 방영된 MBC <공부가 머니?>는 19조원이 넘는 당시 연간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기획의도였지만, 입시 컨설턴트를 자문단으로 섭외하고 선행학습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일타맘> 등은 프로그램 소개에서 ‘상위 1% 엄마들의 입시 노하우’와 ‘대치동 입시 컨설턴트의 맞춤형 로드맵’을 노골적으로 내세운다. 현재 연간 사교육비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미디어가 학원과 국제학교 등 사적영역의 교육 방법을 ‘교육 해법’으로 묘사할수록 공교육 신뢰는 저하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방송에서 사교육 종사자나 학원 강사들이 나와 해법을 제시한다는 건 결국 학원을 홍보하는 의미가 있다”며 “사교육이 필수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교육이 일반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건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의존을 키운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