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스벅' 핫플 됐지만…계엄 후, DMZ 관광지 텅 비었다

2024-12-23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시관. 평일인데도 주차장(70면)은 만석이었다. 길가엔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한 차 20여 대가 늘어섰다. 주차 관리원은 “주말이나 공휴일은 이것보다 3배는 많다”고 했다.

스타벅스 입점에 관광객 늘어난 김포 애기봉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북한과 1.4㎞ 떨어진 접경지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예약하고, 군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뒤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애기봉이 관광 명소가 된 건 지난달 29일 전망대에 들어선 스타벅스의 영향이 크다. 국내외 언론이 “북한 마을을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소개하자 지난 17일까지 2만1972명이 방문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특수 매장인데도 평일은 300명, 주말은 500여명이 찾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포시가 지난해에 이어 지난 21일 전망대로 오르는 길을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며 점등하면서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4598명)보다 378% 늘었다. 주말이면 애기봉 입장권(하루 평균 2000명)이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다. 경기 군포시에서 왔다는 김동주(50대)씨는 “접경지고 사회 분위기도 좋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탄핵 국면 이후 접경지역 관광지 비상

반면 다른 접경지역의 안보 관광지는 비상이다. 오물풍선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 등 정치 불안까지 이어지면서 관광객 수가 계속 줄고 있다.

23일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독개다리 방문객은 하루 평균 500여명에서 350여명으로 줄었다. 곤돌라 주중 방문객도 600명대에서 400명대로, 제3땅굴 방문객 역시 지난해(12월 4~18일) 1만2000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1만800명으로 10% 감소했다.

파주시 통일촌의 이완배 이장은 “DMZ는 우리나라만 있는 관광지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비상계엄 이후 관광객 수가 3분의 2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강원도도 줄어든 관광객으로 고민하고 있다. 강원관광재단이 KT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186만651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09만명)과 비교하면 12% 줄었다.

지역 경기 악화에 '대북방송 중단' 요구도

관광객 감소는 지역 경기에도 영향을 준다.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음식점은 10개의 테이블 중 7개가 비어있었다. 평소엔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인데도 그렇다. 이 음식점 주인은 “요즘은 대목인 주말에도 손님이 많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비상계엄 이후 군부대 회식·외출 자제로 인근 상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1978년부터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에서 중식당을 운영해 온 김일규 한국외식업 양구군지부장은 “원래도 경기가 안 좋아 손님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계엄 이후 거리가 텅 비었다”며 “계엄 이후 그나마 있던 단체 예약도 취소돼 상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익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주민자치회 회장도 “면회객 등으로 가득찼던 인천 섬 여객선에 현재는 3분의 1 정도만 탄다”며 “지역 경제가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접경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북한이 대북방송을 이유로 도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천 강화군 일부 지역에선 ‘대북방송, 대남방송 둘 다 안돼’라고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걸었다고 한다. 인천 강화군 교동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북한이 대북방송에 대항에 귀신 소리, 사이렌 소리 등이 섞인 대남방송을 하면서 주민들의 고충이 큰데, 문제 해결은커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지난 20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경지역의 긴장 해소를 위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북방송 중단과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충기 경희대 고황명예교수(호텔관광)는 “접경지 관광은 정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정치와 나라가 빨리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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