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포기' 1년째 11번가 매각 잇따라 불발…재추진도 '난항'

2024-10-25

FI와 SK 간 엇박자, 매각 불발 원인으로 꼽혀

내년 말 콜옵션 행사 한번 더 남은 SK그룹

'고강도 구조조정' 기조 속 11번가 투자 의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신세계, CJ, 알리바바그룹, 오아시스 등 많은 원매자가 나타났지만 협상이 잇달아 불발됐다. 최근에는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별다른 매각도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내년 말 11번가 지분 콜옵션(주식 등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업계에서 SK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두 번을 잇달아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무리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8월 이후 매각 이야기 뚝 끊겨…SK그룹 콜옵션 재행사 관측

25일 유통업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매각 작업은 잠정 중단 상태다. 지난 8월 오아시스와의 협상전이 물밀듯 진행됐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바 있다. 이후 티메프 사태로 인한 이커머스 규제 강화와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 속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며 결국 답보 상태가 됐다.

FI(재무적투자자)와 SK그룹의 엇박자가 매각 불발의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해 말 SK는 11번가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했다. 이후 FI인 H&Q코리아가 11번가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스퀘어가 지분 80%의 최대 주주면서도 경영권 매각은 FI가 쥐고 있다 보니 협상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사가 가장 큰 산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기금수익률 1% 재고 방안을 꺼내 들어 현금 거래를 원하는 의향이 뚜렷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SK그룹이 내년 말 콜옵션을 재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콜옵션 두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복잡한 의사결정 거칠듯

SK그룹의 콜옵션 행사에는 복잡한 의사결정이 따른다. SK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는 배경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먼저, 잇따른 콜옵션 포기가 SK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콜옵션, 콜앤드래그 등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안전장치'로 꼽힌다.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모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으니 마음 놓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SK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콜옵션 포기를 행사했고, FI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따라서 내년 말에는 SK가 콜옵션 행사를 통해 투자업계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한번 더 포기하게 되면 앞으로 IB 투자업계 쪽에서는 SK를 불편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SK와 거래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두 번째는 콜옵션 행사가 오히려 11번가 매각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가 11번가에 대한 내부 통제권을 쥐고 미국 이베이처럼 내부 효율화를 모두 진행한 후 매각을 진행할 경우 오히려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1번가는 현재도 사옥 이전과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SK그룹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SK그룹의 미래로 불리는 그룹 배터리 산업을 맡은 SK온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 속 SK그룹이 우선순위가 아닌 11번가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할 수 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11번가 경쟁사인) G마켓과 손을 잡은 것, 경기도로 사옥 이전한 것 등을 통해 업계에서는 이미 SK그룹의 11번가 '손절' 추세를 뚜렷하게 보고 있다"며 "조금 욕을 먹더라도 FI쪽에 매각을 맡겨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고 셀러·고객과의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적극 노력해 오픈마켓 사업에서 7개월 간 견고한 흑자 기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고객에 집중한 서비스에 주력해 앞으로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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