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시대’를 맞아 드론이 중소기업계의 새로운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산 드론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한국산 드론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드론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산 드론(무인기)의 해외 수출 규모는 2024년 연간 기준 2754만달러(약 40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7.4% 증가했다. 절대 규모 자체는 아직 크지 않지만 드론이 첨단 제품인 만큼 이 같은 수출 성장세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국산 드론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의 첨단산업 교류가 강화되면 국산 드론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만 1167만달러 규모의 한국산 드론이 미국에 수출되며 전체 수출의 42.3%를 차지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 홍콩, 중국, 캐나다 등이 국산 드론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미국에서 한국 드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중국산 드론 제재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 상무부는 중국산 드론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미 하원에선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중국 DJI의 신규 제품을 미국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대(對) 중국 강경책 기조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드론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미국 드론 회사인 언유주얼머신스의 고문으로 합류한 바 있다. 그는 “드론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면서 “우리가 중국산 드론과 드론 부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DJI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미국 드론 시장 점유율은 현재 7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드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신(新) 무기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드론 기업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최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니어스랩은 다목적 AI 자율비행 드론 '에이든(AiDEN)'과 고속 요격 드론 '카이든(KAiDEN)'을 출시하며 하드웨어 라인업을 확장했다. 카이든은 다른 드론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격추시킬 수 있어 방위 전력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블로항공은 신형 국방용 드론 제품을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드론 스타트업의 한 대표는 “미 국방부에서 중국산 드론을 쓰다가 중국으로 안보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지 오래됐다”면서 “미 국방 당국과 드론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현지 진출도 이뤄지고 있다. 에이럭스는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르마는 지난해 7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테스트 장소가 있는 텍사스주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 밖에 파블로항공은 피닉스에서 운영 중인 현지 법인을 통해 드론 쇼 및 국방 드론 사업을 확대 중이다.
드론 기업의 한 관계자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을 제외하면 국내 드론 사업자는 모두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이라며 “중국 DJI 약진 속에 대기업의 외면을 받았던 드론 산업이 국제 환경 변화 속에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