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야생동물 ] 데이노테리움

2024-11-28

코끼리는 오늘날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긴 코와 앞니가 변형돼 만들어진 상아를 가진 이 동물은 여러 신화 속에서 다양하게 등장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코끼리의 두개골은 신화 속 괴물 키클롭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코끼리의 진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동물은 과거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코끼리의 조상이 오늘날 그들의 후손처럼 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코끼리의 원시적인 조상들을 보면 오늘날 코끼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았다.

그렇다면 코끼리가 속한 분류군은 언제부터 거대해졌을까? 이번 글에서는 코끼리가 속한 분류군인 장비목 중에서 최초로 거대해진 동물인 데이노테리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발견

데이노테리움의 화석은 17세기부터 그 존재가 알려졌다. 프랑스의 리옹(Lyon)에 이 거대한 동물의 뼈가 간혹 발견되는 지역이 있었다. 이 지역을 사람들은 ‘거인의 장소(the field of the giants)’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데이노테리움이라는 거대한 동물의 화석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몇몇 화석은 외과의였던 마소리에(Matsorier)의 손에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는 이 거대한 동물의 화석을 프랑스나 독일에서 전시행사에 전시하기도 하였다.

1715년에 이 동물들의 화석을 처음으로 연구한 학자 레오뮈르(Réaumure)는 이 동물이 기존에 알려진 어떤 동물들과도 형태가 다르다는 것까지는 알아내었으나 그 이상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 시절까지는 아직 비교해부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동물의 해부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이 동물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동물이 맥이나 매머드, 혹은 바다소와 가까운 동물이 아닐까 하는 주장을 했다. 이 동물의 화석을 처음 연구한 조루즈 퀴비에(G. Cuvier, 1769~1832)는 이 동물이 맥의 한 종류일 것이라 판단해 타피르 기간테스쿠에(Tapir gigantesque)라는 학명을 붙이기도 하였다.

데이노테리움이라는 학명은 1829년에 들어서야 명명되었다. 독일의 자연과학자 요한 야콥 카웁(Johann Jakob Kaup)은 독일 에펠스하임(Eppelsheim)에서 발견한 데이노테리움의 머리뼈와 턱뼈를 기반으로 이 동물의 학명을 희랍어 무서운(δεινός)과 맹수(θηρίον)를 합해 데이노테리움이라는 학명을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프랑스와 독일 외에도 데이노테리움의 화석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조지아, 헝가리, 그리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튀르키예,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몰도바, 그리고 케냐, 우간다, 세네갈,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말라위 등 유럽,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걸쳐서 발견되었다.

코끼리의 진화과정을 보면 이들의 먼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화석기록을 보면 그 시도를 한 가장 오래된 동물이 바로 데이노테리움이다. 2300만 년 전에 파키스탄에서도 살았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전 지구적으로 대륙이 이동하고 극지방에 얼음이 어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이 변화 속에서 아프리카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면서 장비목이 아프리카 바깥으로 나갈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데이노테리움은 바로 그 기회를 잡아서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독특한 상아

데이노테리움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라면 바로 상아이다. 일반적인 코끼리의 상아는 앞니, 정확히는 위턱에 달린 앞니가 길어져서 발달한 것이다. 그런데 데이노테리움은 그 반대로 아래턱의 앞니가 길어져서 상아가 된 것이다. 이 상아는 길게 길어지면 1.4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이 상아의 용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2001년에 불가리아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진은 데이노테리움이 먹이를 먹는 방식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학계에 발표하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데이노테리움의 상아는 아마 먹이를 먹을 때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를 치우는 데 사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코끼리가 상아를 방어용 무기, 땅을 팔 때, 사물을 들어 올릴 때 등에 사용한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einotherium

Kovachev, D., & Nikolov, I. (2005). Deinotherium thraceiensis sp. nov. from the Miocene near Ezerovo, Plovdiv District. Geologica Balcanica, 35(3/4), 5.

Markov, G. N., Spassov, N., & Simeonovski, V. (2001, September). A reconstruction of the facial morphology and feeding behaviour of the deinotheres. In The World of Elephants, Proceedings of the First International Congress, Rome (pp. 652-655). Roma: Consiglio Nazionale delle Ricerche.

이수빈 화석 연구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화석이 말하는 것들>(에이도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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