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낮은 곳에서 나타난다. 비어 있던 공간을 채운다. 그렇게 팀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부여한다. 충남대 김동준은 그런 배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충남대는 세 경기만에 2025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충남대는 경상국립대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25-19, 22-25, 26-24, 25-22)을 기록했다.
2세트를 내주고 3세트에도 위기가 찾아왔지만 충남대는 상대 범실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는 끈질긴 수비 역시 큰 도움이 됐다. 그 과정에서 화려하지 않아도 묵묵히 빛난 선수가 있다. 바로 김동준이다. 김동준은 이날 리시브 효율 64%를 기록하며 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빈 공간에 나타나 떨어지려던 공을 건져 올리며 팀에 또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더스파이크>를 만난 김동준은 첫 승의 기쁨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모든 선수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다들 최대한 말도 많이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김동준의 평이다.
김동준은 이번 고성대회에서 주 포지션인 리베로가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로 코트에 나서고 있다.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들에 비해 신장이 작지 않나. 전위에서 블로킹을 뜨면 상대가 내 위에서 블로킹을 때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한 김동준은 “그래도 공격이나 서브 등에서는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다”며 웃었다. 실제로 이날 김동준은 블로킹을 보고 쳐내는 공격을 선보이며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득점을 기록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쏠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롭게 부여받은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주장이 바뀐 탓에 주장 역할까지 겸임하고 있다. 급하게 언더 바를 달기 위해 검게 칠한 천을 유니폼에 덧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동준은 “주장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 어렵긴 하다. 그래도 동료들이 열심히 따라주고 있고 나도 좋은 주장이 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김동준은 이번 시즌 드래프트에 참여한다. 주 포지션인 리베로뿐만 아니라 현재 경기에 출전하는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작성할 예정. 이를 위해 김동준은 동료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꾸준히 본 운동이 끝나고 나서 리시브하는 선수들을 모아 서브 캐치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김동준의 설명.
이어 “아웃사이드 히터로서는 신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쳐내기 공격을 잘한다. 또 리베로로서는 반응 속도가 좋아 랠리 중 수비로 공을 잘 살려낸다”며 자기 어필을 하기도 했다.
김동준은 마지막으로 “이번 고성대회에서는 아직까진 완벽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지금보다 2배 더 좋은 기록으로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수비와 캐치 부문에서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어느 자리에서든 묵묵히 충남대를 지켜온 김동준이다. 이제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앞둔 지금. 김동준은 자신이 살려낸 공으로 이어졌던 충남대의 랠리처럼 자신의 꿈을 이어가려 한다.
사진_고성/김예진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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