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기여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머스크가 측근들도 정부 요직에 배치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X(옛 트위터)에 “미국의 A팀은 보통 민간 기업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며 “정부 개혁이 충분히 중요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A팀이 정부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때이고,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A팀은 테슬라와 X,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 그가 운영하는 기업과 관련한 사업을 함께 진행한 기업가·엔지니어·경영자 등 측근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과 공무원 감축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 만들려는 ‘정부 효율화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언론은 머스크의 SNS 게시물이 본인은 물론, 자기 심복을 정부 핵심 자리에 앉혀 영향력을 키우려는 야심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기도 전에 자신의 우주사업 관련 기업인 스페이스X의 직원 중 일부를 국방부를 포함한 중요 부처 관리로 고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FT는 보링컴퍼니 사장인 스티브 데이비스, 테슬라 공장 건설을 총괄한 오미드 아프샤르, 뉴럴링크 간부인 재무 전문가 재러드 버철, 스페이스X의 테렌스 오쇼네시와 팀 휴즈 등이 ‘머스크의 사람’으로 요직 배치 시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관련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트위터(현 X) 인수 과정에 적극 관여한 인사들이다.
머스크가 자기 기업은 계속 운영하면서 자기 사람을 정부 곳곳에 심으려 한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머스크가 운영하는 회사들은 로켓 발사, 위성 제작, 우주 기반 통신 서비스, 자율 주행 등 연방 기관 및 이들의 규제와 깊이 얽혀있다. 또한 이들 회사는 최근 최소 20건의 조사에 직면해 있다. NYT는 “(측근의 요직 진출 시) 머스크는 모든 기관을 감독하는 대통령의 귀를 갖게 되는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효율화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약속을 지키면 머스크는 직접 그들을 감독할 권한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이해상충을 조장해 머스크의 권력을 견제하는 가장 큰 수단이던 연방 정부를 제거 또는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머스크의 이런 그림이 마냥 허무맹랑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머스크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지만 항상 정확한 계산 하에 움직인다”며 “악몽 같은 동료지만, 정부가 로켓과 인공지능(AI)을 더 잘 감독할 인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