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해돋이’ 여기서 봤다, 2025년 꼭 걸어야 할 10곳

2024-12-30

호모 트레커스는 올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길을 걸었습니다. 약 30여 군데의 둘레길과 트레일을 다녔습니다. 지난 1~2월 47일 동안 강원 고성군 진부령(해발 520m)에서 지리산 천왕봉(1915m)까지 700㎞를 종주했으며, 지난 9~10월엔 다시 지리산에서 태백산(1567m)까지 백두대간 길을 한 번 더 걸었습니다. 한여름엔 울릉도 라운드 트레일(총 65㎞)을 걸었고, 산림청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동서트레일(총 849㎞) 중 경북 울진과 충남 태안·서산 구간을 모두 답사했습니다. 또 해남의 달마고도를 연결한 ‘땅끝 길’, 인제 아침가리 트레일 등 기존 걷기길에 더해 새로운 코스를 걷기도 했습니다. 호모 트레커스와 함께 걸었던 전문 산악인과 고산 식물학자, 새소리 전문가 등 ‘걷기 콘텐트’를 갖춘 이들 덕분이었습니다. 올해 총 50회에 걸쳐 연재한 걷기 길 중 10곳을 선정했습니다. 호모 트레커스가 추천하는 2025년에 ‘꼭 가봐야 할 길’입니다.

① 겨울 눈꽃산행 백미, 덕유산 향적봉~삿갓봉 10㎞

전북 무주군 덕유산 정상(향적봉·1614m)에서 남쪽 삿갓재대피소(1225m)로 내려가는 총 10㎞의 길. 겨울 눈꽃산행으로 이만한 데가 없다. 설악산(1708m)·소백산(1439m) 등도 겨울 산행 명소로 꼽히지만, 향적봉은 누구나 갈 수 있는 ‘만인의 산’이라서 특별하다. 산 아래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바로 아래인 설천봉(1520m)까지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동안 향적봉대피소에 들렀을 때도 곤돌라로 대피소에 온 이들이 꽤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딸을 함께 온 30대 여성, 대피소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기대하고 온 70대 노부부, 향적봉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무거운 촬영 장비를 메고 온 사진동호회 등이다. 물론 산행을 하려면 겨울 산행 장비를 단단히 챙겨야 한다.

주말 산행으로 향적봉~삿갓재대피소 구간을 걷는다면, 금요일 저녁에 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대피소에 묵은 다음 이튿날 약 10㎞를 이동해 삿갓재대피소에서 묵고, 다음날 남동쪽 방향 황점마을(경남 거창)로 하산하는 게 좋다. 그러면 총 14㎞를 걷게 된다. 1박 2일로 코스를 잡는다면 향적봉에서 약 2㎞를 내려온 뒤, 여기서 남서쪽 탈출로인 안성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산행 거리는 약 7㎞가 된다. 눈과 추위가 걱정된다면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후 이튿날 향적봉 일출을 감상한 다음, 다시 설천봉으로 내려와 곤돌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 두 번 향적봉대피소에 묵은 후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해돋이를 경험했다. 지난 2월엔 구름 한 점 없는 해돋이, 또 지난 9월엔 구름 사이에 가려져 은근한 해돋이를 감상했다. 한겨울 눈 내린 다음 날, 깨끗한 해돋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단, 겨울 산행 장비와 식량·간식 등은 철저히 챙겨야 한다.

② 4월의 곶자왈, 애월 한대오름 트레킹

제주 애월읍 봉성리 공치왓 평원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면 한대오름(921m)과 노로오름(1070m, 노루오름), 족은바리메(725m)를 차례로 맞는다. 연둣빛 새잎이 무성히 돋는 4월 제주의 숲 트레킹이다.

한대오름으로 향하는 트레일은 예전 애월 사람들이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나물을 뜯으러 가기도 하고, 숯을 만들러 가기도 하고, 소를 끌고 가던 길이다. 이 시기에 가면 다양한 식생을 만난다. 우거진 숲을 걷다 보면 길섶으로 햇고사리와 두릅 새순이 흔하다.

한대오름 가는 길은 곶자왈 지대다. 제주로 말로 곶은 숲, 자왈은 덤불이란 뜻이다. 수풀이 우거져 또렷하진 않지만, 길바닥에 검은 현무암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 돌길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다.

트레일엔 상산(常山) 나무 향이 가득하다. 상산은 더덕처럼 강렬한 향을 내뿜는 키 작은 식물로 잎을 한두개 따서 손바닥에 비비면 알싸한 향을 풍긴다. 때에 따라선 약간 역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안개 자욱한 날에 맡으면 더 진하다. 제주 사람들은 장례식 때 시신을 부패하지 않도록 상산을 썼다고 한다. 또 여름에 모기를 쫓는 데도 쓰였다.

한대오름에서 노루오름 가는 길은 삼나무 숲길을 가로지른다. 상산 향과는 다른 삼나무 피톤치드 향이 강하다. 노루오름은 주변에 노루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노루오름에서 바리메로 가는 길은 삼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정갈한 임도가 펼쳐진다. 바리매와 족은바리메는 두 오름이 붙어 있는데, 망아지가 어미 말을 쳐다보는 형상이다. 세 오름을 모두 걸으면 약 15㎞. 걷는 내내 상산 향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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