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3, 진짜 수출할 수 있나”...한화 부스 찾은 사우디 해군총장 [MADEX 현장]

2025-05-28

#부산 벡스코에서 28일 개막한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이하 마덱스)’. 오후 2시가 되자 하얀색 군복을 입은 중동인 여럿이 한화 부스로 몰려왔다. 모하마드 알 가리비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참모총장 일행이었다. 한화오션의 3600톤(t)급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모형을 둘러본 모하마드 총장은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전 해군 잠수함사령관)에게 “이 잠수함을 우리한테 수출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정 단장이 “물론이다”고 답하자 모하마드 총장은 “우리는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하려다 좌초된 적이 있다. 다시 묻겠다. 수출 가능한가”라고 재차 물었다. “당연히 가능하다”는 답을 듣자 그는 밝은 얼굴로 정 단장의 두 손을 붙잡았다.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무인항공기는 아랍에미리트(UAE) 공군 장성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함대에서도 편대 운용이 가능한가”라고 물은 뒤 관련 사업부 임원 명함을 받아갔다. 경남 창원 소재 방산기업 SNT다이내믹스의 소형전술차량 앞에선 베트남 인민군 소속 장교 9명이 약 10분 동안 시연을 꼼꼼히 지켜봤다. 이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업체에 “e메일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UAE는 해군력 증강을, 베트남은 전술차량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인데 국내 방산기업 기술력을 눈여겨 본 것이다.

최근 순항 중인 K-방산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마덱스에서 전 세계 각국의 군 장성과 방산 바이어들이 몰려와 한국 기업들과 협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마덱스는 14개국 20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1998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박람회이지만 “올해는 외국 관람객 인원이 눈에 띄게 많다”(조선업계 임원)는 평가다.

차세대 함정 키워드는 ‘무인화’

올해 마덱스에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무인 함정이었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조종을 통해 자율주행하는 함정으로, 드론의 해상 버전으로 통한다. 이제까진 소형 함정 위주였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항공모함급으로 키운 미래형 무인 전력모함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1만5000~3만2000t급으로 건조할 수 있는 무인전력모함은 지상 통제소에 있는 콕픽(조작실)을 통해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고, 공격형 고정익 무인항공기(UAV) 등 다양한 함재기가 탑재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근접 교전을 수행하는 150t급 무인수상정, 4000t급 미래형 전투함과 함대를 이뤄 작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현재 개발중인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잠수함을 선보였다. 유선형인 잠수함 선형에서 탈피해 각진 모양 스텔스 선형으로 음향 추적을 피할 수 있고, 원형 림(Rim) 구동추진으로 소음도 적다. 파노라믹 페리스코프(잠망경)가 장착돼 1~2초만에 360도 반경으로 수면 위를 관찰할 수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일반적인 페리스코프는 4초가량 걸리는데 이를 크게 단축해 적으로부터 탐지될 확률을 낮췄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중형급 전투용 무인 함정 콘셉트 모델과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소형 무인 수상정을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은 무인 함정을 지상에서 통제하는 AI 기반 스마트 배틀쉽 솔루션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조타실 인력 7명을 단 2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무인항공기 편대도 구축 가능…해양항공 전력도 관심

점차 중요시되고 있는 해군의 공군 전력 강화를 위한 선진 기술도 소개됐다. 대한항공은 유인기와 함께 편대를 이룰 수 있는 무인항공기 및 협력전투항공기(CCA)를 공개했다. CCA는 3~5m 길이의 소형으로 정찰·탐지·타격 등의 용도로 쓰이는 일회용 항공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CA 앞 모듈을 용도에 맞게 갈아 끼울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민항·군용기 유지·수리·정비(MRO) 사업도 소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유·무인 항공기 편대 운용이 가능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를 소개했다. FA-50 혹은 KF-21 등 유인기 1대와 무인전투기 1대, 타격·정찰용 다목적 무인기 2~3대가 편대 비행하며 작전 능력을 높이는 형태다. KAI 관계자는 “무인기는 24시간 운용할 수 있어 함대 운용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정기선 “최고의 함정 만들겠다”, 김동관 “국격 높이겠다”

업체별 협력과 경쟁도 심화하는 모습이었다. 한화가 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통합 부스를 운영하자 맞은편에 HD현대중공업은 LIG넥스원과 통합 부스를 만들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포스코와 미래첨단함정 신소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HD현대와 한화 최고경영진의 경쟁전도 볼거리였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행사장에서 각각 리셉션을 열고 국내외 군·방산 업계 VIP 방문객에게 인사했다. 정 부회장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해양 방위를 넘어 글로벌 해양 안보를 뒷받침할 최고의 함정을 만들겠다”고 했고, 김 부회장은 “한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국격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