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토스쇼핑이 최근 정책 개편을 통해 ‘최저가 쇼핑몰’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동일 상품을 두고 판매자 간 가격을 비교·선정하는 구조가 도입되면서, 셀러들 사이에서는 최저가 경쟁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셀러 이탈로 이어질 경우 토스쇼핑의 성장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저가 경쟁 불가피”
업계에 따르면 토스쇼핑은 이달 초 판매자 대상 운영정책을 개편했다. 동일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의 가격, 구매 횟수, 고객 만족도 등을 평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를 상단 추천 지면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토스 측은 “고객이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다”며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가 채택한 방식으로 토스쇼핑은 가격 경쟁력, 구매 횟수 및 만족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에 쿠팡이 운영하는 ‘아이템 위너’와 유사한 방식이다. 쿠팡의 아이템 위너는 동일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셀러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의 상품이 대표로 노출되는 구조다. 이 정책은 셀러 사이에 가격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었다.
쿠팡의 아이템 위너로 인해 가격 경쟁 심화를 경험한 셀러들은 토스쇼핑이 유사한 구조를 도입한 만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낸다. 한 셀러는 “토스에서 일방적으로 추천가를 정하고, 그에 맞추지 않으면 광고(메인 화면 노출)를 못 하도록 변경했다”며 “광고 노출이 되지 않으면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다 보니, 사실상 최저가 판매를 강요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스 측은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이 채택한 방식”이라며 “경쟁력 있는 상품이 더 많은 추천 노출 기회를 얻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천가 산출 과정에서 시장 가격과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추천가가 실제 시장가와 다르게 정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오매칭 제보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4월 공동구매 서비스로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토스쇼핑은 같은 해 9월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해 말 토스 앱 메인 하단 탭에 쇼핑 메뉴가 신설되면서 노출도가 크게 높아졌고,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펼치는 분위기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를 ‘커머스 원년’으로 선포하며 이커머스 시장 진출 의지를 전했다.
올해 토스쇼핑은 몸집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10명 수준이던 MD 인력을 올해 9월 기준 200명대로 늘렸다. MD 인력을 확충하면서 입점업체 확보에도 속도가 붙었다. 토스쇼핑의 입점업체 수는 4월 3만 7584곳에서 9월 7만 2683곳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셀러는 “토스쇼핑 MD들이 입점 영업을 매우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며 “판매자 중 토스쇼핑 MD의 연락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토스쇼핑 측은 “국내 약 60만 명의 온라인 판매자가 모두 토스에 입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몸집은 키웠지만’ 커머스 경쟁력은 여전히 물음표
외형 성장은 빠르지만, 플랫폼 경쟁력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체 물류 기반이나 배송 속도 등 이커머스 핵심 경쟁력이 부족한 데다, 수수료 측면에서도 뚜렷한 강점이 없어 우수 셀러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스쇼핑은 상품판매수수료를 약 8%로 정하고 있으며, 결제수수료까지 더하면 수수료율은 약 11% 수준이다. 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합산 수수료 6~7% 수준)보다 높은 수준이라 셀러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운영 편의성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셀러는 “토스쇼핑의 가장 큰 문제는 판매자가 상품 등록이나 수정 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상품 등록 시 일일이 승인받아야 하고,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 번은 토스쇼핑 시스템 오류로 상품 카테고리가 뒤섞인 적이 있다. 식품이 의류 카테고리에 등록되는 식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셀러가 직접 수정할 수 없어서 민원이 폭주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최저가 판매를 강제하는 듯한 운영정책까지 도입되면서 셀러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셀러 이탈을 가속화해 자칫 토스쇼핑의 성장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공격적으로 셀러를 유치한 토스쇼핑의 의도가 결국 플랫폼 내 최저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처럼 트래픽이 높은 것도 아닌데, 이런 구조에서 얼마나 많은 셀러가 남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셀러가 몰리는 플랫폼은 판매량이 많거나 이익이 많이 남는 곳”이라며 “현재 토스쇼핑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지 못했다. 판매가까지 낮춰야 한다면 셀러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는 빠지고 악성 재고 등을 판매하려는 셀러만 남을 수 있다. 상품의 질이 떨어지면 플랫폼을 찾는 고객도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토스쇼핑 측은 “이번 정책 변화 전후로 셀러와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10월에 진행한 10% 적립 이벤트는 토스가 마케팅 비용을 전액 부담했고, 추천가 서비스 도입 이후에는 경쟁력 있는 상품에 대한 추가 할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셀러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셀러 성장 프로그램과 혜택 정책을 검토 중이다. 또 셀러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늘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내부 시스템 개편 역시 셀러 수 증가 속도에 발맞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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