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 씨가 미국 형사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일부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폴 엥겔마이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판사는 11일(현지 시간) 재판 결정문에서 권 씨가 유무죄 답변을 변경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12일 오전 법정에서 긴급 협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창청은 지난 2023년 3월 권 씨가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되자 그 직후 그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뉴욕 검찰은 이어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에서 권 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권 씨는 지난 1월 초 판사가 유죄 여부를 묻는 기소인부 심리에 출석해서는 자신의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권 씨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USD’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TV 인터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 등을 받는다. 또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기준치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됐다고 주장한 시세조종 혐의도 있다. 수사기관은 그가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 회사를 시켜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올 초 권 씨의 범죄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형량이 징역 130년가량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