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혁명을 대표하는 인물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몇 달전 '온화한 특이점'이란 제목의 블로그에서 우리 인류가 이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 특이점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특이점은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커즈와일로 인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어 통제 불가능한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커즈와일은 2045년경에 특이점이 도래하면 인간은 기계와 융합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초월한 존재인 '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급진적 예측을 했다.
이처럼 인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특이점에 '온화한'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올트먼에 따르면 AI는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의 유충 단계에 있으며 인류는 지수적 기술 발전의 길고 부드러운 호(arc)를 타고 오르고 있다.
특이점이 '온화'할 수 있는 이유는 기술 발전은 가속될 것이지만 인류는 거의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올트먼은 2030년대에는 지능과 에너지-다시 말해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가 폭발적으로 풍부해질 것이며, 인류 발전의 근본적 제약이었던 이 두 가지가 풍부해진다면 인류는 무엇이든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AI 군비 경쟁(AI Arms Race)과 버블 논쟁
최근 오픈AI와 엔비디아는 향후 총 10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함께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올트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33년까지 총 250GW 컴퓨팅 자원을 구축하겠다고 얘기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트먼과 오픈AI를 공동 설립했지만 AI의 미래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서로 다른 길을 가게된 일론 머스크는 xAI로 오픈AI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xAI가 멤피스에 건설 중인 콜로서스 2는 세계 최대 규모로 55만개 GPU를 수용하는 최초의 기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머스크는 xAI가 10GW, 100GW, 1TW 등 AI 인프라 구축 경쟁의 선두에 설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얼마 전 미 위스콘신주에 40억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33억달러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로, 총투자액은 73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MS는 글로벌 투자에도 적극적인데, 최근 영국에 2028년까지 총 30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빅테크 간 인프라 투자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버블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섹터별 시가총액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2010년대 후반 이후로 기술 섹터가 전통적 경기순환 업종과 방어적 섹터를 압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술 섹터는 2023년 기준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시기의 약 50%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닷컴버블과 달리 AI 붐은 버블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닷컴버블을 상징하는 시스코의 경우 1999~2000년 주가만 폭등하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후 주가가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주가와 이익이 거의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주가 상승이 실적 성장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어 버블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입 I 문명을 위한 컴퓨팅과 에너지 인프라
최근 오픈AI는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의 진보와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해상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해상 데이터센터는 육지 데이터센터에 비해 공간 제약이 적고 열 냉각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량도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술 난도가 높아 몇몇 국가에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단계다.
지난 8월에는 구글이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를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구동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우주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구글은 우주 데이터센터 스타트업인 스타클라우드가 저궤도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계획이다.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설립돼 유명 벤처 투자사인 Y콤비네이터, 앤드리슨 호로비츠 등으로부터 총 2100만달러 규모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클라우드는 약 4㎞ 크기의 초대형 태양광·냉각 패널을 갖춘 5GW급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소규모 위성을 궤도에 올려서 '궤도 데이터센터' 개념을 시험할 계획이다.
이달 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이탈리안 테크 위크'에서 제프 베이조스는 “향후 수십년 내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비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런 대규모 AI 학습 클러스터들은 우주에서 짓는 게 훨씬 낫다. 왜냐하면 우주에서는 24시간 내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고 구름도 비도, 날씨도 없기 때문”이라며 우주 데이터센터 비전을 제시했다.
빅테크들이 육지를 넘어 해양과 우주 데이터센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AI의 에너지 수요 증가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AI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리더들은 인류가 AI를 활용해 호모 사피엔스의 한계를 벗어나 우주적 문명이 될 것이라는 효과적 가속주의(effective accelerationism)적인 사고 방식을 공유한다.
카다셰프 척도는 문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을 기준으로 문명의 발전 수준을 분류한다. 가장 낮은 단계인 행성 문명(타입 I)은 해당 행성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인류 문명은 0.7 수준으로 타입Ⅰ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효과적 가속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인 기욤 베르동은 일론 머스크가 엑스(X)에 1TW 규모의 AI 인프라 계획을 언급하자 이에 대한 답글로 “10만TW라면 우리는 타입Ⅰ 문명에 도달하게 된다”며 인류의 에너지 확장을 우주적 문명 발전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AI 버블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증가율이 어떻게 될지 매우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AI 인프라 확대에 따라 에너지 수요도 급증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AI 가격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것이다.
샘 올트먼이 강조한 풍부한 지능과 에너지를 위해서는 지상의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해양과 우주로 확장할 것이다.
태양광은 지상에서 시작했지만, 토지 부족과 날씨 제약 등의 이유로 점차 해상으로 이동할 것이다. 파도와 바람이 적은 잔잔한 바다를 가진 적도 인근의 부유식 해상태양광은 하루 대부분 동안 일정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냉각에도 유리하다.
호주국립대 공과대학의 데이비드 피르난도 실랄라히와 앤드류 블레이커스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군도와 나이지리아 인근 기니만의 해상에 설치한 태양광은 연간 최대 100만TWh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완전히 탈탄소화된 부유한 100억 인구 세계 경제의 에너지 수요보다 5배나 많은 양이다.
지구 궤도에서 24시간 생산한 전기를 마이크로파나 레이저 형태로 지구에 전송하는 우주태양광(SBSP)은 무한한 청정 전력의 공급원이다.
영국 정부는 2021년 발표한 보고서(Space Based Solar Power: De-risking the Pathway to Net Zero)에서 우주태양광을 기상, 시간, 지리적 제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혁신적 기술로 평가하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잠재적 옵션으로 제시했다.
다만 대형 구조물의 발사 및 궤도 조립, 무선전력 송신 등 핵심 기술의 성숙과 더불어 이에 상응하는 정책·시장 설계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앞서 소개한 대로 AI 데이터센터도 해양과 우주로의 확장을 적극 시도 중이다.
과거에는 컴퓨팅 인프라가 사람과 데이터를 따라 이동했다면, AI 확대의 핵심이 에너지인 지금은 컴퓨팅 인프라가 풍부한 에너지를 따라 이동한다.
따라서 에너지가 풍부한 해양과 우주로 AI 데이터센터가 이동하는 것은 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디지털 지리학'이며 지구와 우주를 아우르는 컴퓨팅-에너지 융합 인프라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타입Ⅰ 문명 달성을 위한 인류의 발전 방향이다.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산학교수 sunkim11@skku.edu
〈필자〉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산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 한국사무소 전문위원, 한국로봇산업협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분과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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