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까지 할까, 말까’…순간의 선택이 근력운동 효과 좌우

2025-12-27

지금은 스쾃을 하는 중이다. 앉았다 일어나기를 10회쯤 했더니 슬슬 다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고 네댓 번은 더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제 그만 할까? 아니면 아예 일어설 기운도 안 남을 때까지 할까? 이런 상황은 근력운동에서 매 세트, 매 순간 겪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순간의 선택이 오늘 한 근력운동의 효과를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1970년대 전설적인 보디빌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마지막 3·4회야말로 챔피언과 그렇지 못한 자를 가르는 영역’이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현대의 관점에서도 선견지명이다.

다른 운동처럼 근력운동도 힘이 들어야 근육이 자라고 힘이 세진다. 근력운동에서 강도는 더 무겁게 들거나 횟수를 늘려 높일 수 있다. 무거워지면 횟수가 줄고, 많은 횟수를 들려면 가벼운 무게를 택해야 하니 주고받는 관계다.

일반적인 근력운동에서는 8~12회 정도를 평균으로 많게는 20회까지도 한다. 그 이상 횟수가 늘고 무게가 줄면 근력 강화는 미미해져서 근력운동보다 근지구력운동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횟수가 적고 무겁게 할수록 근력 강화에는 좋지만 부상 위험이 높고 근육의 크기 발달에는 불리할 수도 있다.

초보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계획한 횟수만 채우고 나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근육이 충분히 자극을 받았는지 따위는 무시하고 일단 세트를 끝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게 된다. 이렇게 ‘하다 만 세트’를 쓰레기 세트(Junk Set)라 부르기도 한다.

운동 강도에는 ‘운동 자각도(RPE)’라는 척도가 주로 쓰이는데, 가장 쉬운 단계부터 최대 한계치까지 20의 수치로 나타낸다. 근력운동에서는 이걸 10까지로 수정해 쓰는데, 10이면 죽었다 깨도 더는 못 들 때, 9면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는 때를 의미한다. 10㎏을 15번까지 드는 사람이 14회 들면 RPE 9, 13회 들면 RPE 8이다. 이외에 ‘잔여 반복횟수(RIR)’라는 기준도 쓰이는데, 한계까지 몇회 남기고 끝냈는지를 의미한다. RPE와 RIR은 개념상 약간 차이가 있지만 RIR 0은 RPE 10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근력운동에서는 어느 시점까지 연속으로 들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실제로 이걸 연구한 자료가 많다. 이에 따르면 RIR 3~4 이상, 즉 한계치까지 3~4회쯤 더 들 수 있는 타이밍이 하한선이었다. 예를 들어, 겨우 10번 들 수 있는 무게면 ‘최소’ 6~7번 이상은 들어야 근육이 잘 자란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기준에서는 ‘한계’ 그 자체가 문제다. 한계를 알려면 한계까지 해 봐야 한다. 게다가 운동을 할수록 한계도 덩달아 올라가 일정하지도 않다. 초보자는 1~2주 만에도 근력이 좋아지고, 컨디션에 따라 들쭉날쭉한다.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은 ‘들어 올리는 속도’다. 대개 위에 적은 기준 횟수 언저리부터 드는 속도가 확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무의식중 몸을 비틀거나 튕기며 반동을 더 많이 쓰려 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럼 결론을 내려보자.

① 기구 없이 맨몸으로 하거나, 10~12회 이상 드는 근력운동에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게 확실하다. 중간에 어설프게 그만두면 지금까지 힘들게 한 것의 효과도 날릴 수 있다.

② 그보다 무거운 운동에서 한계까지 하는 건 부상 위험이 크므로 일부러 한계치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면 적당한 때 끊는 게 안전하다. 드는 속도가 갑자기 훅 떨어지거나 혹은 자세가 심하게 무너지는 타이밍에서 중단하면 된다.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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