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호점 개점 이후 첫 연예인 모델
파스쿠찌 "카리나,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
실질 '도약' 절실... 인지도‧순이익 등 낮아
저가커피 공세 '위협'도... 업계 경쟁 치열
투썸 '성공 사례'... 리브랜딩 등 동시 진행
전략 병행에도... "신메뉴 성공 여부 중요"
파스쿠찌가 개점이래 첫 연예인 모델로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발탁하면서 본격적인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파스쿠찌는 연예인 모델 도입 외에도 브랜드 리뉴얼, 매장 확대, 신메뉴 출시 등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아직까지 대표 메뉴가 없는 만큼 파스쿠찌의 신메뉴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파스쿠찌는 2002년 국내 1호점 개점 이후 23년 만의 첫 광고 모델로 카리나를 선정했다. 회사 측에 의하면 이번 모델 발탁에는 카리나의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가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카리나의 이미지가 파스쿠찌 브랜드 이미지와도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SPC그룹 관계자는 더 나아가 "카리나의 높은 인지도와 대중적 인기가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스쿠찌는 올해 카리나와의 협업으로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겠단 계획이다. 지난 4일 카리나와 함께한 TV 광고 티저 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오는 10일에는 TV, 유튜브 등을 통해 광고 영상을 송출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선 파스쿠찌가 국내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과 비교하면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번 연예인 모델 선정이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 유의미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카리나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떠오르는 광고 모델이다. 일찍이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시장 공략을 위해 카리나를 모델로 세운 '크러시'를 출시한 바 있고,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말부터 카리나와 함께하는 캠페인 광고를 전개했다. 이후 '카리나 효과'에 힘입어 크러시는 2023년 11월 21일 출시 당일 하루 동안 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카리나를 주인공으로 세운 크리스마스 캠페인 영상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파스쿠찌 역시 비슷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스쿠찌의 기존 콘셉트인 세련된 이미지를 카리나와 함께한 홍보로 고착하는 동시에, 카리나가 젊은 층에서 인기인 점에 기대 MZ세대와의 접점 또한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PC그룹 관계자는 "브랜드와 연예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은 그 연예인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입히는 효과도 있다"면서 "카리나는 파스쿠찌와도 잘 어울리면서 젊은 세대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파스쿠찌는 업계에서 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파스쿠찌를 운영하는 SPC그룹 파리크라상의 연간 순이익은 2021년 248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8분의 1 수준인 32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면서 2023년 순이익도 78억원으로 여전히 회복 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리크라상 실적에는 대표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파스쿠찌 실적은 더욱 쪼그라든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 또 파스쿠찌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계열사에서 같은 해 출범한 투썸플레이스와 비교해도 이는 지극히 작은 규모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2023년 순이익이 파스쿠찌의 약 2.3배인 1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투썸플레이스 브랜드만의 실적으로, 투썸플레이스는 2020년 CJ푸드빌에 의해 매각된 뒤로 단독 법인 체제를 이어 오고 있다.
이런 격차에는 전국에 분포한 가맹점 수 차이에 따른 영향도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2023년 기준 총 1,641개의 가맹점을 보유 중인 데 반해 파스쿠찌는 같은 기간 전국에서 509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역시 비슷한 시기 출범한 또 다른 커피 브랜드 할리스와 비교해도 파스쿠찌의 시장 점유율은 지극히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할리스는 2023년 기준 521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순이익도 꾸준히 늘면서 이 기간 78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고물가 흐름이 지속하면서 두드러진 저가커피 브랜드의 공세도 파스쿠찌에는 위기 요소다. 저가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메가MGC커피의 매장 수는 2023년 기준 2,709개이며, 컴포즈커피는 2,361개, 빽다방은 1,452개다. 이 가운데 업계에 의하면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5월 3,000호점을 돌파해 이날 기준 3,469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랜드의 기본 아메리카노는 비교적 싼 값인 1,500원대로 이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저가커피 브랜드도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카리나의 세련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최근의 행보는 당분간 파스쿠찌의 주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쿠찌는 카리나와의 협업에 더해 브랜드 리뉴얼, 매장 확대, 신메뉴 출시 등도 이어나간다. 특히 국내 첫 도입 당시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콘셉트로 시작했던 만큼, 올해 다시 '센스 오브 이탈리아'를 슬로건으로 리브랜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센스 오브 이탈리아에는 일상에서 이탈리아 감각을 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파스쿠찌 매장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에 이탈리아 감성을 녹여내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가맹점은 운영 콘셉트에 따라 대표 매장 '코어', 특화 메뉴를 먼저 도입하는 직영 매장 '센트로', 에스프레소 전문 매장 '에스프레소 바', 특수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특수 매장' 등 총 4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향후 리브랜딩 매장을 확대하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가맹사업 설명회도 연다. 가맹사업 설명회에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바'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매장뿐 아니라 메뉴도 새롭게 강화한다. 파스쿠찌는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에스프레소 1잔과 베리에이션 음료 1잔을 함께 구성한 '에소플'(에스프레소 플레이트), 이탈리아 대표 디저트 마스카포네 치즈를 활용한 '카사타 티라미수' 등 총 4종의 시그니처 메뉴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는 기존 파스쿠찌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 매장 등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시그니처 메뉴로 재구성한 것이다. 앞으로는 파스쿠찌 콘셉트에 맞춰 시즌별 이탈리아 감각을 반영한 신메뉴를 지속 출시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단 전략이다.
신메뉴 성공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연예인 모델 도입만으로는 실질적인 성과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파스쿠찌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표 메뉴가 없는 상황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외식 브랜드가 비용을 들여 연예인 모델을 도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서다"며 "신메뉴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의 성공적인 결과 없이는 모델 기용이 단순 이미지 홍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투썸플레이스는 2019년까지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다가, 2020년부터 배우 남주혁을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후 브랜드 리뉴얼, 가맹점 확대, 제품 라인업 강화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남주혁 모델 도입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14년 선보인 투썸플레이스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 케이크 제품은 2023년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면서 대표 메뉴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해에 약 100만개씩 팔린 셈이다. 디저트 인기가 실제 실적에도 기여했다. 투썸플레이스 매출은 ▲2022년 4,281억원 ▲2023년 4,80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성장해 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 수도 증가세를 보여왔다. 2021년 1,462개에서 2023년 1,640개를 넘어 작년 말 1,670개까지 늘어났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그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를 적용하고 파니니, 젤라또 등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왔다"며 "이번 리브랜딩으로 140년간 이어져 온 이탈리아 브랜드의 정통성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