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노벨물리학상의 근거가 된 ‘우주의 가속팽창’ 이론을 국내 연구진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영욱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교수 연구팀은 초신성 관측 자료를 새롭게 보정해 “우주가 감속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취지의 결론을 도출했다.
연세대는 이 교수 연구팀이 16일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NRAS)’ 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를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1998년 암흑에너지 발견 이후 정설로 여겨진 표준우주모형을 흔드는 결과다.
연구팀은 초신성의 밝기가 폭발을 일으킨 별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5.5시그마(99.9999999%) 신뢰도로 입증했다. 나이 든 별에서 발생한 초신성일수록 더 밝은 경향이 뚜렷했다.
이 변수를 반영하자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의 형태로 존재하는 기존의 모형과는 더 이상 부합하지 않았다. 약 300개의 초신성 호스트 은하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이 교수는 “수정된 초신성 자료를 통해 현재 우주가 이미 감속팽창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였다”며 “이는 바리온음향진동 단독, 또는 우주배경복사까지 합친 분석에서 예측된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체 적색편이 구간에서 동일한 나이를 가진 젊은 은하만을 이용해 ‘광도진화 없는(evolution-free)’ 우주론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얻은 결과를 보다 직접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다.
학계는 이 결과가 추가 검증을 거쳐 확정될 경우 1998년 암흑에너지 발견 이후 27년 만에 우주론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암흑에너지의 정체 △허블 텐션 △우주의 팽창 역사 등 핵심 난제를 풀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았다. 손준혁·박승현 연구원과 정철·조혜전 연구교수가 공동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