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견 사이즈의 사족보행 로봇이 27일 오후 서울 한복판에 있는 호텔 로비를 활보하는 모습에 관중들 사이에서는 '이질적이다', '귀엽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5'에 등장한 유니트리 GO2 로봇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미 시작된 미래, 모든 것은 AI로 통한다’로 주최한 포럼에는 로봇과 AI를 접목한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한 관객이 강아지를 어르듯 로봇에 손을 내밀자 로봇이 네 발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것처럼 수줍게 한 손을 들었다. 그러다가 로봇이 두 발로 갑자기 벌떡 일어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고, 관객 두 명은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로봇의 반란'인 줄 알았지만, 다행히 로봇을 조종한 직원의 장난이었다. 이 로봇은 마치 게임기처럼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절이 가능해 '로봇의 시대'가 가까이 왔음을 실감케 했다.
로봇 조종에 문외한인 기자가 조이스틱을 직접 움직여 보자 로봇은 앞 뒤로 걸어 다니거나 웅크려 엎드리기도 했고,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한 관객은 "로봇 조절이 장난감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보다 쉬워 로봇 세상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텔 로비 한 복판에는 사람 키 만큼 거대한 로봇의 얼굴도 놓여있었다. 한 관객이 로봇에게 "안녕"하고 말을 걸자 목각인형 같은 입이 움직이며 "나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왜 나는 완벽히 인간이 될 수 없을까요"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노진아 작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제작한 인터랙티브 조각 ‘히페리온의 속도’다.
관객이 "말을 좀더 빨리 해줘"라고 요구하자 조각은 눈을 좌우로 굴리며 "죄송해요. 말을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하지만 이 대화가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슬퍼지네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관객은 이를 보고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니 소름끼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데 이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로봇은 "정말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럴 수 없는 제 마음이 아프고 때때로 화가 나기도 해요"라며 감정 섞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로비 다른 한 편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아나운서로 보이는 여성이 한복을 입고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있다. 진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이미지다. 기자가 "서울포럼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나요?"라고 묻자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개막식과 특별 강연, 메인 세션, 특별 포럼, 네트워킹 만찬 및 과학기술인상 시상식 등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관객들은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다른 아바타를 직접 선택할 수도 있었다.
관객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AI로 변환, 풍속화를 개척한 대표적 인물인 신윤복의 화풍으로 프린트해주는 코너도 있었다. 한 남성이 렌즈 앞에 똑바로 서자 촬영 후 곧 한복과 갓을 멋지게 차려입은 조선시대 선비 모습이 출력됐다.
한 관객은 "챗GPT 등 AI를 매일 이용하면서도 지금이 AI와 로봇의 시대라는 점이 실감나지 않았는데, 손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전시물로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