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HBM 선점”… 삼성·SK, CXL 상용화 앞두고 경쟁

2025-04-23

CXL 기반 D램 본격 양산 준비

D램 연결 땐 메모리 용량 무한대 증가

하이닉스, CMM-DDR5 96GB 고객 인증

기존 모듈 대비 용량 50%↑·대역폭 확장

삼성 ‘CXL 2.0 D램’ 256GB 전파 인증

2025년 하반기 상용화… 2028년 22조 성장 전망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시장 선도” 박차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 D램을 본격 양산할 준비를 마쳤다. 인공지능(AI)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고대역폭 메모리(HBM) 하나로는 버겁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제2의 HBM’이라 불리는 CXL의 시장 개화가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XL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연결 장치) 기술이다. CXL의 가장 큰 특징은 ‘메모리 확장성’이다. 현재는 각 반도체 칩이 소통하는 언어가 달라서 CPU, GPU가 각자 연결된 메모리만 활용해 연산을 해야 한다. 그런데 CXL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개의 메모리를 하나로 묶어 시스템이 필요한 만큼만 메모리를 가져다가 사용하는 ‘메모리 풀링’이 가능해진다.

택배 시스템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CXL은 ‘중앙 물류 허브’ 역할이다. 기존 물류 체계는 한 배송센터의 창고가 가득 차면 그 센터는 더 이상 물건을 받을 수 없고 동시에 다른 배송센터들의 공간은 낭비되는데, CXL이라는 물류 허브가 생기면서 서로 다른 배송센터 창고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CXL 기술을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D램을 여러 개 연결하기만 하면 메모리 용량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AI 시대에 폭증 중인 데이터센터와 서버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전 세계 클라우드 기업들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L 기반 D램 기술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CXL 기반 D램을 도입하면 서버 교체 없이도 시스템 내 D램 용량을 테라바이트(TB)급으로 확장할 수 있다. 기존 서버에서 외장형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꽃아 사용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CXL 2.0 기반 D램 솔루션인 CMM-DDR5 96기가바이트(GB)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고, 128GB 제품도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객 인증이 끝났다는 것은 언제든 대량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서버 시스템에 이 제품을 적용하면 기존 DDR5 모듈 대비 용량이 50% 늘어나고 제품 자체의 대역폭도 30% 확장돼 초당 36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고객이 투입하는 총소유비용(TCO)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업계 최초로 CXL 기반 D램을 개발해 기술을 고도화해왔고, 지난 2월엔 자사 CXL 2.0 기반 256GB 제품이 국립전파연구원의 신규적합성평가를 통과했다. 삼성전자는 고객 인증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해 다수의 기업과 인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CXL 시장이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CXL 시장 규모가 2022년 170만달러(약 24억원2000만원)에서 2028년 158억달러(약 22조5000억원)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산업 현장의 CXL 도입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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