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자’ 머스크

2025-02-27

권력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수직적인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속성상 부자나 형제지간이라 해도 나눌 수 없다. 혹여 권력자가 이런저런 이유에서 자신의 힘과 권한을 나눠주다간 2인자가 어느새 권력자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최고권력자와 2인자 사이엔 늘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돼왔다.

물론 철저하게 몸을 낮춰 권력자를 모신 2인자들도 있다. 대표적 인물이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다. 그는 평생 마오쩌둥 밑에 있었지만 굴종에 가까운 처신으로 1인자를 모셨다. 그 덕택에 숙청을 피해가며 27년간 국무원 총리 자리를 지켰다. 반대로 비참한 말로를 겪은 2인자도 적지 않다. 린뱌오 국방부장은 마오쩌둥이 대약진운동 실패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변함없이 그를 지지했다. 그 공로로 후계자에 지목됐지만, 권력투쟁 와중에 마오의 의심을 피하지 못한 채 비행기로 도주하다 몽골 사막에 추락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위세가 거침없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대규모 연방정부 예산 삭감, 연방공무원 해고 등을 주도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트럼프는 DOGE 권한을 대폭 늘리며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6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는 정식 각료가 아님에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 정부 지출 삭감 계획 등을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동석했지만 첫 공개 발언은 머스크 차지였다. 이달 초엔 백악관 집무실에 아들을 목말 태운 채 등장해 취재진과 문답하면서 최고 실세임을 증명했다. 2인자 자리를 뛰어넘는 ‘사실상 1.5인자’나 다름없는 행보였다.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최근 시사주간 ‘타임’은 대통령 집무용 책상을 차지한 머스크의 합성사진을 표지로 장식했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호흡을 맞춰가며 임기 내내 실세로 군림할까.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성정을 감안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이자 최측근이던 스티브 배넌도 잘나가다가 갈라섰다. 2인자 머스크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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