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흥행에 제주여행 다시 인기
‘폭싹 속았수다’ 해외 팬들 발길 늘어
道, 내국인 줄던 관광산업 반등 기회로
성산일출봉 등 촬영 명소 홍보 박차
亞청년 서포터즈, SNS에 매력 전파
“바가지 요금 근절·고품질 서비스 약속”
제주도, 9월 목표로 시스템 구축
방문 횟수 따라 포인트 적립·할인

제주도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열풍과 고비용 해소 대책으로 내국인 관광 수요 회복의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란 의미의 제주 방언으로, 드라마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이야기, 제주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와 감성적인 영상미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세계적인 흥행 붐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 팬들이 다시 제주의 매력에 폭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 비영리단체(NPO)인 문화교류협회 임상균 대표는 “일한문화친선사절단이 올해 방문지로 제주도를 선택했다”며 “드라마가 일본의 남녀노소 모두에게 흥미를 끌면서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드라마 촬영지인 김녕해변, 성산일출봉 등과 제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민속촌과 돌문화공원 등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관광 홍보 글로벌 서포터스인 ‘JJ프렌즈(JJ Friends)’ 발대식을 시작으로 드라마 촬영지 홍보에 나섰다. 제주와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 청년 인플루언서 37명으로 구성된 JJ프렌즈는 자신들이 직접 체험한 제주의 아름다운 매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생하게 전파하는 역할을 맡는다. JJ프렌즈의 한 외국인 참가자는 “평소 드라마에서만 보던 제주의 마을을 직접 걸어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특별한 체험도 즐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만족했다.
◆해녀 삼춘들 찾아 김녕해변 가볼까
16일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그간 경기 침체와 고비용 논란, 엔저 현상에 따른 일본 여행 증가, 국내선 항공편 감소 등으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줄었다.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022년 1380만명에서 2023년 1266만명, 2024년에는 1186만명으로 줄었다. 올해 1∼3월은 240만81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7만7601명)보다 14.9%나 줄었다. 4월 들어 13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39만7665명으로 지난해보다 10.2% 줄었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4월을 제주 관광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최근 내국인 관광객 발길이 줄고 있는 제주도는 ‘폭싹 속았수다’ 흥행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도는 그간 ‘웰컴투 삼달리’, ‘우리들의 블루스’ 등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대표적인 촬영지는 어린 애순과 관식의 순수한 추억이 바다향처럼 아득하고 가득한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변. 열 살 애순이 바다에서 전복을 따다 매일 가장 늦게 뭍으로 나오는 억척 엄마를 동동대며 기다리던 바닷가다. 김녕 바다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에메랄드 물빛을 자랑한다. 엄마 광례와 동료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소라를 구워 먹으며 몸을 녹이던 ‘불턱’도 이곳에 제작됐다.
김녕 어촌계에서 해녀 체험도 할 수 있고, 물때를 잘 맞추면 김녕 바닷길에서 ‘폭싹 속았수다’의 명장면 같은 멋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빨간등대가 있는 김녕 세기알해변은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애순과 관식의 어린 시절 제주 풍경에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이 종종 등장한다. 에피소드 4화 시작에서 보이는 성산일출봉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다. 봄날 제주 여행 코스에서 성산일출봉 아래 샛노란 유채꽃 바다가 일렁이는 성산 유채꽃밭은 놓치지 말아야 할 목적지다.
에피소드 8화에서 1967년 한라춘사제 백일장이 열린 곳은 ‘제주목 관아’다. 조선시대 제주지방의 통치 중심지로, 국가 지정 유산 구역이자 제주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관광 명소다. 애순과 관식은 연희당 앞에 걸터앉아 시를 썼다. 또한 나중 중년의 애순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시를 쓴 장소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1차 티저 예고편에서 애순과 관식이 함께 걸었던 하얀 메밀꽃길은 제주시 오라동 메밀밭이다. 애순이 어린 금명을 업고 걸어가던 메밀꽃밭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봄과 여름 사이에 메밀꽃과 유채꽃이 피어나며 아름다운 수채화 풍경을 그려내는 곳이다. 5월부터 6월 초에는 유채꽃과 함께, 9월부터 1월 초까지는 순백의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다.
◆도 “공존의 약속… 바가지요금 근절”
도는 민관 협업을 통한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관광지인 제주도가 바가지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행 비용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최근 혁신성장회의에서 “관광객 증가세 전환 시점을 맞아 관광 품질을 높여야 한다”며 “‘공존의 약속’ 실천과 바가지요금 근절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공존의 약속’은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며 “첫째는 제주를 찾는 여행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둘째는 공정한 가격과 높은 품질의 서비스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도는 업종별 권장가격 도입과 가격 불만 신고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우선 전국 평균보다 비싸다고 평가받는 갈치, 삼겹살, 김치찌개, 짜장면, 칼국수 등 주요 외식품목의 가격 개선에 나선다. 이를 위해 △1인 메뉴 개발 △주문단위별 적정가격 제시 △음식점 외부 대표메뉴 가격 표시 △저렴한 현지맛집 정보 제공 등을 추진한다. 동참업체는 착한가격업소로 추천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친절서비스 확산을 위해 관광사업체별 친절교육과 캠페인을 벌이고, 관광 불편 신고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도는 이 같은 개선방안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가성비 높은 제주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오 지사는 “제주 관광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전개되지 않도록 민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문할수록 혜택 쑥∼ 디지털 관광증 도입
제주도가 9월부터 관광객을 대상으로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인 ‘제주 디지털 관광증’을 선보인다. 제주도는 “9월 도입을 목표로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주 디지털 관광증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디지털 관광증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간편하게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는 ‘제주 멤버십’ 제도다. 제주 방문 횟수에 따라 포인트가 지급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여행보조금을 지급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공영·사설 관광지 등 도내 각종 시설에 대한 할인 혜택도 있다.
제주를 자주 방문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도는 디지털 관광증 발급을 통해 제주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새로운 여행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디지털 관광증 발급 목표는 10만명. 앞서 도가 올해 2월28일부터 3월12일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디지털 관광증 사전 가입 신청 이벤트를 벌인 결과 8000여명이 참여했다. 가수 겸 배우 권유리(사진 가운데)가 ‘연예인 1호’ 디지털 관광증 신청자다.
제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 프로모션도 강화한다. 도는 지난달 28일부터 4월6일까지 특별 여행주간 ‘2025 지금, 제주여행―제주에 폭삭 빠졌수다’를 운영했다. 제주공항에서 추첨을 통해 지역화폐를 제공하고, 드라마 촬영지와 명소에서 스탬프를 모으면 경품을 주는 행사도 진행됐다.
6월에는 경기 여주에서 ‘제주의 선물’ 팝업 행사를 연다. 지난 2∼3월 더현대서울 팝업 이후 두 번째 내륙 행사다. 6월과 11월 비수기에는 특별 여행주간과 유사한 행사를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희찬 도 관광교류국장은 “제주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기회인 만큼 관광 수요 증진을 통해 도내 관광업계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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